한국전력이 인수 의사를 밝혔던 영국 무어사이드 원자력발전소 사업자 뉴젠(Nugen)을 모회사인 도시바가 청산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이에 따라 도시바가 빠진 상태로 한국전력과 영국 정부가 내년 상반기까지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 조건에 대한 공동연구 및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반도체 분야 침체와 자회사인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 파산 등으로 경영난에 시달려 온 도시바가 최근 뉴젠 청산을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결정했다. 2018년 회계연도 내 뉴젠 매각이 최우선 목표였으나 여의치 않자 청산을 택한 것이다.
한전이 참여를 검토 중인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위치 및 조감도
앞서 도시바는 지난해 12월 한전을 뉴젠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다. 한전이 사실상의 ‘부도매물’인 뉴젠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얼마 되지 않아서다. 그러나 도시바는 사업 조건을 둘러싼 한전과 영국 정부 간 협의가 길어지자 지난 8월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을 해제하며 한전을 압박했다. 그 뒤 도시바는 캐나다 원전기업 브룩필드, 중국 국영 원전기업 중국광핵집단(CGN)에도 뉴젠 매각을 타진했지만 성과가 없자, 뉴젠의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크다고 판단했다.
뉴젠 청산에도 한국전력은 여전히 유력한 무어사이드 후보 사업자다다. 영국 정부는 이미 한전과 1년 가까이 무어사이드 사업 조건을 두고 협의를 해왔다. 애초 영국 정부는 한전이 22조원의 건설비를 투입해 원전을 짓고 발전소를 운영해 나는 수익으로 건설비를 회수하는 ‘발전차액정산 제도’(CFD)를 요구했으나 한전으로서는 안정적 수익성 담보가 어려운 조건이었다. 이에 최근에는 영국 정부가 사업비 부담을 일부 지고 대신 전력판매 수익도 나누는 ‘규제자산기반’(RAB) 모델을 구체화하기 위한 공동연구가 진행 중이다. (▶ 관련 기사 :
영국에 원전 수출, 22조원 버는 사업? 22조원 쓰는 사업!)
뉴젠 청산으로 한전이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의 수익성을 충분히 따져보고 결정할 시간적 여유가 외려 늘었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뉴젠 인수를 재촉하는 도시바에 떠밀려 영국 정부와 협상을 서두룰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영국 정부와 한전 간 규제자산기발 모델 구조를 정하기 위한 연구와 협상이 내년 상반기에 마무리 될 것으로 안다”며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권은 영국 정부로 일단 회수된 뒤, 영국 정부가 내년 하반기쯤 새 사업자 선정에 나설 수 있다. 다만 공동 연구까지 한 만큼 한전이 사업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