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업계 1위 지에스(GS)홈쇼핑이 베트남 스타트업에 30여억원을 투자했다. 티브이(TV)홈쇼핑 정체 상황을 국내 스타트업 투자를 통한 상품·서비스 차별화로 돌파구를 찾아온 홈쇼핑업계가 비슷한 방식으로 국외 시장에서의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지에스홈쇼핑은 베트남에서 해외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전자상거래 업체 ‘르플레어’에 300만 달러(34억원)를 투자했다고 8일 밝혔다. 지에스홈쇼핑은 “‘르플레어’는 오프라인 유통 기반이 부족한 베트남에서 정품 보장을 내세워 자리매김했다”며 “(이번 투자를 통해) 향후 베트남 전자상거래 시장 진출 포석을 마련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글로벌 벤처캐피털 ‘500스타트업’과 함께 베트남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오는 3월부터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
그동안 일부 홈쇼핑 업체들은 국내에서도 스타트업을 통한 활로를 모색해왔다. 반려동물, 다이어트 등 트렌드 관련 상품·서비스 기업에 투자한뒤 홈쇼핑에 입점시키는 방식으로 수익을 거뒀고 최근에는 인공지능·빅데이터 등 4차산업 분야 전문기업에도 투자해 기술력 이식을 노리는 추세다. 업계 1위인 지에스홈쇼핑이 2011년부터 국내·외 기업 424곳에 직접 투자했고, 4위인 롯데홈쇼핑도 지난해부터 가세했다.
업계에서는 외형적으로 ‘벤처 생태계 기여’와 ‘상생’이라는 명분을 챙기면서, 어느 정도 기반이 갖춰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뿐 아니라 기술력, 변화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는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인공지능(AI)이나 증강현실(AR) 쪽 산업은 전면적으로 뛰어들기에는 비용이 부담되고, 그렇다고 관련 기업을 통째 인수하기에는 아직 발전 수준이 미흡한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지에스홈쇼핑의 지난해 2분기 모바일 매출(5037억원)이 티브이(TV) 매출(4548억원)을 뛰어넘는 등 모바일 이전 현상이 가속화되는 점도 관련 스타트업의 문화·노하우 ‘이식’을 통한 모바일 전환 필요성을 자극하는 대목이다.
지에스홈쇼핑의 베트남 합작사인 브이지에스(VGS)샵. 지에스홈쇼핑 제공
지에스홈쇼핑은 국내 경험을 바탕으로 국외에서도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베트남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35살 이하 젊은 인구 비중이 높다는 점도 낙관적 전망의 근거로 꼽았다. 지에스홈쇼핑은 “이들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투자 수익을 거둬들이는 차원을 넘어, 차별화된 상품 제공과 큐레이션 서비스 강화 등 유통업 본질에 맞는 자체 혁신으로 이어져야 해외 시장에서도 성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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