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사옥에서 에스케이수펙스추구협의회,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소속 임직원 300명과 만나는 ‘행복토크’ 행사를 열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제공
신년사에서 “올 한해 임·직원을 100차례 이상 만나겠다”고 약속한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 열흘새 두차례 직원들과 접촉하는 행사를 열었다. 직원들과 접점을 늘리며 ‘소통하는 오너’의 이미지를 쌓아가는 모양새다.
최 회장은 지난 8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서울 종로 서린동 에스케이 사옥에서 1시간30분 가량 에스케이수펙스추구협의회, 에스케이이노베이션 등 소속 직원 300명을 만나는 ‘행복토크’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참석자들이 모바일 앱을 이용해 질문이나 의견을 제시하면 최 회장이 현장에서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 회장은 “회장님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점수가 몇점입니까?”라는 한 직원의 질문에 “꽝입니다. 60점 정도 될까요”라고 답하면서도 “여러분까지 그렇게 일하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면 꼰대죠”라고 덧붙였다. 또 스스로 세명의 자녀를 뒀다고 소개한 직원이 “육아휴직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묻자 “애 셋 아빠에게 일단 박수(를 보내달라)”라고 말한 뒤 “육아와 일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좋은 상품을 고민해 만들어보자”고 답했다. 근무시간이 아닌 점심시간을 이용하고, 임원들도 김밥이나 샌드위치를 먹으며 참석하는 등 ‘탈권위’ 형식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한해 동안 임직원을 100번 이상 만나겠다는 취지로 ‘100번 토론’을 약속한 바 있다. 이번 행사에 앞서 지난 4일엔 에스케이주식회사 구성원들과 처음 만났다. 스스로 39살 젊은 나이로 경영권을 물려받은 데다가, ‘은둔’, ‘노쇠’ 등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일부 다른 기업 총수와 달리 ‘소탈하고 소통하는 경영자’라는 인상을 구축하고 내부 결속도 다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에스케이 쪽은 “구성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 어려운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최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업무 현장에서 생기는 불편과 애로, 각자가 느끼는 불합리는 대화와 소통, 제3의 대안을 찾는 방식으로 간극을 줄여야 한다”며 “구성원 스스로 함께 고민하고 디자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