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64) 롯데그룹 회장이 1년 만에 일본 롯데 경영에 복귀했다.
롯데지주는 일본 롯데홀딩스(롯데홀딩스)가 20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신 회장 대표이사 취임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1년간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단독 체제로 운영되던 롯데홀딩스는 다시 신 회장과 쓰쿠다 사장의 공동대표 체제로 돌아갔다.
신 회장은 지난해 2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70억 뇌물을 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뒤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경영진이 비리 등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으면 사임하는 일본 관행에 따라서다. 다만 등기이사직은 유지했다. 지난해 10월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받고 풀려난 뒤 4개월 만에 일본 롯데 경영에 복귀한 것이다. 신 회장은 석방 2주 만에 일본으로 출국해 일본 롯데 경영 상황을 점검한 바 있다.
뇌물 재판 상고심이 아직 진행 중인 만큼 ‘시기상조’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롯데그룹 쪽은 “이사회 내부에서 (복귀) 요청이 있었고, 법적 검토도 거쳤다. 사임도 신 회장 자발적 의사에 따른 것이고, 지금은 실형 상태가 아닌 만큼 경영에 지장이 있을 만한 부분이 사라졌다고 결론지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와 일본 제과부문 기업공개(IPO) 등 미뤄진 과제에 박차를 가해 지배구조 개편을 매듭지겠다는 방침이다. 호텔롯데는 롯데지주 출범 전까지 롯데그룹 여러 계열사 지분을 가지며 사실상 지주회사 구실을 해왔다. 호텔롯데는 롯데홀딩스가 최대주주(19.07%)인데다 롯데홀딩스가 100% 지배하는 엘(L)투자회사의 호텔롯데 지분까지 합치면 일본 쪽 지분이 99%가 넘어 일본 롯데 영향에 좌우되는 구조였다. 롯데는 2016년부터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 쪽 지분율을 낮추는 작업을 추진해왔지만, 경영권 분쟁과 국정농단 등이 터지며 연기됐다. 다만 핵심 사업 부문인 면세사업 부진이 회복되지 않은 터라 상장 작업이 단시일에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롯데지주는 “롯데는 2015년부터 대내외적인 어려움을 겪는 동시에, 경험하지 못한 시장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었다”며 “신 회장 복귀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핵심적이고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양국 롯데 시너지 효과는 더욱 높아지고, 경영질서도 보다 견고해질 것”이라고 했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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