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사 아이에스에스(ISS)가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연임안에 반대 의견을 냈다. 한진칼의 2대 주주(12.01%)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가 석 대표의 연임을 막겠다고 나선 만큼, 오는 29일 열릴 한진칼 주총에서 석 대표 연임을 둘러싼 표 대결이 예상된다.
21일 한진칼과 투자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아이에스에스는 최근 회원사를 대상으로 낸 한진칼 자문 보고서에서 석 대표의 연임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석 대표가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는 등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에 책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이에스에스는 “조 회장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진 않았으나, 사안의 중요성 등을 고려하면 터무니없는(egregious) 지배구조 문제가 우려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아이에스에스는 최근 조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연임안에 대해서도 “여러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조 회장의 자질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다”며 반대했다.
주총에서 석 대표의 연임을 둘러싼 치열한 표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한진칼의 이사 선임은 보통 결의사항으로 출석 주주 과반수가 찬성하면 통과된다.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한진칼 지분 28.93%다. 2·3대 주주는 케이씨지아이 12.01%, 국민연금 6.7% 등이다. 53%에 이르는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들의 표가 어디로 가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들 기관투자가 상당수는 아이에스에스의 회원사 1700여곳에 포함된다.
조 회장의 ‘최측근’인 석 대표는 198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대한항공 경영기획팀장, 경영기획실장, 미주지역 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3년에는 한진해운 대표이사로 선임돼, 2016년 한진해운 법정관리인으로 조 회장을 대신해 한진해운 청산 과정에 관여했다. 석 대표는 지난해 대한항공 부회장에 선임됐다.
한편 아이에스에스는 한진칼 이사회에서 추천한 신규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서는 찬성, 케이씨지아이가 낸 사외이사 후보 제안은 모두 반대 의견을 냈다. 케이씨지아이의 주주제안에 대해 “설득력 있다고 볼 수 있는 충분한 근거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케이씨지아이는 조재호 서울대 교수와 김영민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라는 안건 등을 낸 바 있다. 한진칼은 주인기 세계회계사연맹 이사·신성환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전 금융연구원장)·주순식 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3인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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