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한진그룹 승계가 유력시되는 조 사장이 시장 신뢰를 얻기 위해선 하루빨리 경영능력을 입증하고, 인하대 부정편입학 의혹 등 과거 논란에서 비롯된 ‘3세 리스크’ 불안감도 잠재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조 사장은 한진그룹 총수 일가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인물로 경영권을 승계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된다. 2003년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차장으로 그룹에 합류한 조 사장은 이듬해 대한항공 경영기획팀 부팀장으로 대한항공에 입사, 이후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장(상무), 경영전략본부장(전무), 부사장을 거친 뒤 2017년 1월부터 대한항공 사장을 맡아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조양호 회장이 큰 그림을 그리면, 조원태 사장은 이를 구체화하고 실천하는 역할을 맡았다”며 “지난해에는 델타항공과의 태평양노선 조인트벤처(2개 항공사가 공동으로 영업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를 성공적으로 출범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불안한 시선을 감추지 않는다. 조 사장의 경영능력이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다. 조 사장이 사장에 취임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아 경영능력을 입증할 시간이 불충분하다는 시각과 함께,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 등을 조 사장만의 성과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평가가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 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지 얼마 안 되기도 했지만, 취임 후 이력을 보면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줬다고 볼만한 게 거의 없어 경영능력을 평가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도 지난 3월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실패 뒤 “조원태 사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조 사장에 얽힌 각종 논란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이를 해소하는 것 역시 조 사장의 과제다. 특히 조 사장의 인하대학교 부정편입 논란과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현재 진행형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조 사장의 1998년 인하대에 편입한 과정이 편법이었다며 조 사장의 편입과 졸업을 모두 취소하라고 인하대에 통보했다. 그러나 인하대는 이에 응하지 않고 서울행정법원에 교육부를 상대로 소송을 낸 상태다.
대한항공이 2016년 조 사장과 조현아·현민씨 등 3남매가 사실상 소유한 기내 면세품 위탁판매업체 ‘싸이버스카이’와 콜센터 운영 위탁업체 ‘유니컨버스’에 일감을 몰아줘 공정위 과징금 처분을 받은 일에 대해서도, 과징금 처분 취소 소송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 밖에 2000년 차선 위반 단속 중이던 경찰관을 치고 도망간 뺑소니 사건, 2005년 난폭운전을 나무라는 70대 할머니를 폭행해 입건된 일, 2012년 인하대 사유화 의혹 관련 시위 현장을 찾아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폭언했던 일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