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 2대 주주인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KCGI)가 추가자금 모집에 나서면서 한진 총수일가와의 ‘2라운드’가 예고된다. 케이씨지아이는 지난 3월 한진칼 정기주총 이후 침묵해왔으나, 펀드 규모를 키우고 지분을 늘리자 업계에서는 조원태 한진 회장과 경영권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투자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일부 기관투자자 등이 케이씨지아이에 투자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몇몇 기관투자자가 펀드에 관심을 갖고 케이씨지아이 쪽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지난 3월 미래에셋대우와 낮은 금리로 수백억원대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맺고 자금을 조달하는 등 케이씨지아이가 펀드 규모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케이씨지아이는 일부 자금을 저축은행으로부터 조달하는 등 금리 부담을 안고 있었으나, 지난 3월 평가이익 등이 개선되며 해당 대출을 상환하고 미래에셋대우와 주식담보대출계약을 새로 맺은 바 있다. 케이씨지아이는 지난해 설립 한 달여 만에 14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했다.
지난달 25일 케이씨지아이는 ‘디니즈홀딩스’와 ‘캐롤라인홀딩스’라는 신규펀드를 통해 각각 한진칼 주식 0.93%, 0.37%를 보유했다고 공시하는 등, 한진칼 지분을 늘리며 세를 과시하고 있다. 현재 케이씨지아이 쪽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14.84%로 15%에 근접한다. 보유지분 15%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 대상으로, 일각에서는 이를 총수일가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하고 있다.
케이씨지아이의 공세에 맞서 조 회장도 ‘조원태 체제’ 정비에 나섰다. 조 회장이 선임된 뒤로 대한항공은 오는 6월부터 국제선 27개 노선의 일등석을 없애는 등 전체 국제선 노선의 30%에서만 일등석을 유지하기로 했고, 국내 운임은 평균 7% 인상하는 등 수익성 제고를 위해 나섰다. 대한항공의 일부 직군을 제외하고는 직원들이 넥타이를 매지 않는 ‘노 타이’ 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조 회장 색깔을 나타내기 위한 작업에도 들어갔다.
승계 작업도 구체화하고 있다. 현재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2.34%로, 고 조양호 회장의 지분 17.84%를 조현아·현민씨와 함께 승계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오는 9일 공정위의 동일인(총수) 지정을 앞두고 고 조양호 회장의 지분 승계 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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