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박홍근 민주당 의원·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주최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생활물류서비스법 토론회가 열렸다.
택배와 퀵서비스 종사자 등 업계 관계자들이 ‘생활물류서비스사업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빠른 입법을 촉구했다. 관련 산업이 꾸준히 성장해왔음에도 법과 제도가 미비한 탓에 종사자들의 지위와 안전이 보장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만 ‘생활물류’의 개념이 모호한데다, 법이 통과되려면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이 과제로 지적됐다.
택배·물류업계 관계자들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생활물류산업 발전과 종사자 처우개선을 위한 생활물류서비스법의 과제’에서 이 같은 의견을 냈다. 택배업은 1997년 규제 완화로 택배업체와 종사자가 크게 늘었으나, 현재까지 택배와 직접 관련한 법 없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우편법 등의 적용을 받고 있다. 퀵서비스 등 이륜자동차 배송업은 별다른 법 적용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최시영 아주대 공학대학원 물류에스시엠(SCM)학과 교수는 “택배·늘찬배달업(퀵서비스, 배달대행 등 이륜차 물류 영역) 등이 관련법이 미비한 상태에서 발전해왔다”며 “(택배와 관련해) 흩어져있는 규제와 지원사항을 통합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발제한 김성혁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조연맹 정책연구원장도 “과거 물류산업은 제조업을 보조하는 역할에 불과했으나, 아이티(IT)기술을 만나며 첨단산업으로 부상했다. 산업물류와 생활물류는 성격과 역할에서 차이가 존재하므로 별도법으로 규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택배·퀵서비스 종사자들도 노동자로 인정받고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법 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석한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위원장은 “택배노동자는 특수고용노동자로서 근로기준법, 노조법 등의 사각지대에 놓였다. 법이 제정되어 일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 최소한의 휴식,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20년차 퀵서비스 기사인 김영태 퀵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도 “기준요금이 없어 무리한 주문 수행을 하고 배송서비스 질은 점점 나빠진다”며 “법 제정을 통해 기준요금 산정과 종사자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생활물류’, ‘플랫폼 노동’ 등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시영 교수는 “시기별로 보면 정부는 생활물류에 대해 ‘택배’, ‘배달서비스’, ‘택배와 늘찬배달업(퀵서비스)’ 등으로 정의해왔다”며 “생활물류라는 용어보다는 고객의 집배송을 다룬다는 점에서 집배송서비스법으로 정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배달대행 스타트업인 메쉬코리아의 이승엽 정책실장도 “플랫폼이 무엇인지 기준이 없다. 기준이 모호해 플랫폼 노동자가 아닌데 법 적용을 해달라는 요구를 할 수도 있고, (플랫폼 노동자임에도) 플랫폼 노동자인지 몰라 혜택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며 플랫폼에 대한 정의와 기준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토교통부가 발의하겠다고 밝힌 생활물류서비스사업법은 택배 등 화물운송사업법의 영향을 받거나 퀵서비스처럼 사각지대에 있었던 물류산업 종사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법이다. 이 법이 만들어지면 업계 종사자의 법적 지위가 명확해져 주5일제 도입, 작업환경 개선, 종사자 보호 대책 등의 근간이 될 수 있다.
다만 법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가 첩첩산중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성훈 국토부 물류정책과장은 “내년 4월에 총선이 있고, 여야 분위기도 좋지 않아 제도화가 쉽지 않다”며 “기존 화물업계와 노동계의 문제 등도 검토해야 해 입법이 상당히 어렵다. 많이 도와달라”고 말했다.
글·사진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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