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4월30일 오후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이 열린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부품연구동(DSR)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일 경기도 화성 사업장에서 ‘전자 관계사’ 사장단과 간담회를 열어 “투자계획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달라”고 했다. 이달 대법원 선고가 예정된데다 삼성승계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 부회장이 ‘투자’를 거듭 강조한 것이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는 이런 내용을 ‘참고자료’를 통해 전했는데,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삼성전자의 참고자료를 보면, 이 부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투자’를 무척 강조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지난해 삼성그룹 명의로 발표한 ‘3년간 180조원 투자와 4만명 채용’과 지난 4월 삼성전자가 발표한 ‘10년간 시스템 반도체 분야 133조원 투자 계획’을 명시적으로 구분해 직접 언급했다. 이 부회장은 “작년에 발표한 3년간 180조원 투자와 4만명 채용 계획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활성화에도 기여해 한다”, “삼성은 4차 산업혁명의 ‘엔진’인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 세계 1등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마련한 133조원 투자 계획의 집행에도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단기적인 기회와 성과에 일희일비하면 안된다“며 “지난 50년간 지속적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이 부회장 자신과 삼성을 둘러싼 여러 불법 혐의가 제기되는 등 어려움이 증폭되고 있지만 삼성 총수로서의 리더십을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삼성 안팎에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규모 투자와 이를 통한 사회적 역할을 강조한 대목이 두드러진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대법원 선고가 이달 예정된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및 증거인멸 사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문제 등 이재용 부회장의 불법 승계 의혹에 검찰 수사는 물론 사회적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삼성의 대규모 투자·고용 등을 이 부회장이 직접 강조한 것이다. 아울러 삼성 내부의 동요를 다잡으려는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과 진교영 메모리사업부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참석했다고 삼성전자 쪽은 전했다. 이 자리에 대해 김기남 부회장은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할 방향을 정하고 수백조원대 대규모 투자를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며 “사장들도 공감하며 다시 한번 각오를 다졌다”고 평했다. 삼성전자는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는 글로벌 경영환경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김진철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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