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총수일가의 ‘백기사’로 부상했다.
델타항공은 20일(미국시각) 자사 누리집 등을 통해 “대한항공 최대주주인 한진칼의 지분 4.3%를 매입했다”며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진그룹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총수일가의 백기사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 지난해 태평양노선 조인트벤처를 맺고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조인트벤처란 2개 항공사가 특정 노선에서 한 회사처럼 운영하면서 수익과 비용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마일리지·카운터 등을 공유하는 공동운항보다 한 단계 높은 협력관계다. 에드워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일 서울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항공과의 조인트벤처 파트너십은 강하고 잠재력이 크다”, “조원태 회장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같은 관계를 고려하면, 한진그룹 총수일가는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지분을 포함한 총수일가 지분은 28.98%로, 2대 주주인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KCGI)는 지분을 15.98%로 늘리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만약 델타항공이 10%까지 지분을 늘려 총수일가 우호지분으로 나서게 된다면, 총수일가 내부 갈등이 없음을 전제할 경우 우호지분은 38.98%에 육박해 경영권을 지키는 데 더욱 유리해진다. 현재는 총수일가 우호지분이 모두 33.28%로 늘어난 셈이 된다.
델타항공의 지분 확보에 대해 한진그룹에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으나, 그룹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고, 델타항공은 대한항공의 협력사이기 때문에 지원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