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하며 ‘한진 총수일가 백기사’설에 휩싸인 델타항공이 ‘투자 의도’를 묻는 케이씨지아이(KCGI)의 질의에 “이번 투자는 한진칼과 어떠한 합의도 없이 이뤄졌다”며 “(한진칼과 케이씨지아이) 어느 편에도 서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케이씨지아이는 지난 8일(현지시각) 피터 카터 델타항공 부사장-법무팀장이 김남규 케이씨지아이 부대표에 질의 관련 답변서를 보냈다며 9일 답변의 요지를 공개했다. 케이씨지아이는 지난달 28일 델타항공 이사회에 질의서를 보내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각종 사건 진행 상황에 대해 알고 있는지 △올해 한진그룹 계열사들의 정기 주주총회 표 대결 경과에 대해 알고 있는지 △한진칼 지분 취득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고 밝혔다.
케이씨지아이가 발표한 내용에 보면, 델타항공은 한진 총수일가와 관계없이 한진칼 투자 결정이 이뤄졌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델타항공은 답변서에서 “사업상 파트너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심화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지는 사업상 파트너에 대한 투자”라며 “이번 투자는 한진칼 또는 그 경영진, 주주들과의 기업지배구조의 문제 또는 장래 이사회의 의석을 포함한 문제 등과 관련한 어떠한 합의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답했다. 델타항공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총수일가의 ‘백기사’로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그룹 지배구조 문제와 관련해 델타항공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케이씨지아이 어느 쪽에도 서 있지 않다고도 말했다. 델타항공은 “기업지배구조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이를 가치 있게 여기고 있다”며 “현재 시점에서 한진칼의 기업지배에 대한 관행 또는 이에 대한 (케이씨지아이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의 제안 중 그 어느 편에도 서 있지 않다는 점을 설명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답변서를 통해 밝혔다. 델타항공은 또 “장기투자자로서 한진칼에 투자를 하는 것이며, 그레이스홀딩스 또한 한진칼에 대한 투자를 장기적인 투자로 설명하고 있는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델타항공은 지난달 20일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한 뒤 “1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하면서 ‘총수일가 백기사’ 설에 휩싸였다. 델타항공이 조인트벤처를 맺은 대한항공의 지분이 아니라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와 경영권 분쟁 중인 한진칼의 지분을 사들이자 시장에서는 ‘총수일가를 도우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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