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KT)에스테이트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옛 케이티 신사지사 부지에 설립한 특급호텔 안다즈의 킹 디럭스 룸. 안다즈 서울 강남 제공
케이티(KT)가 100% 자회사 케이티에스테이트를 통해 호텔업계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주요입지에 있는 옛 전화국 부지를 활용해 특급호텔들을 줄줄이 짓고 있어서다. 호텔업계에선 환영과 긴장이 오간다. 한편에선 수익성 중심의 유휴지 개발에 따른 통신 공공성 훼손 우려도 나온다.
1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케이티에스테이트는 오는 9월6일 하얏트호텔앤리조트의 최고급 호텔 브랜드 ‘안다즈’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옛 케이티 신사지사 부지에 선보인다. 케이티에스테이트는 호텔을 세우고, 현대산업개발 계열인 ‘호텔에이치디시(HDC)’가 위탁 운영하는 형태다. 안다즈 서울 강남 쪽은 “전 세계 21번째이자 아시아에선 상하이·싱가포르·도쿄에 이어 네 번째로 설립되는 안다즈 호텔”이라고 말했다.
케이티에스테이트 특급호텔은 잇따를 예정이다. 2021년 6월에는 서울 잠실 송파지사 자리에 아코르 계열 특급호텔 소피텔, 2022년 4월엔 케이티중앙지사가 있던 서울 명동에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특급호텔 브랜드인 르메르디앙을 완공할 예정이다. 이미 케이티에스테이트는 2014년 서울 역삼동 영동지사 자리에 신라스테이를, 2018년 을지지사 부지에 노보텔을 세워 임대·위탁 운영하고 있다.
케이티는 호텔 용지로 쓸 만한 ‘노른자 땅’이 많은데다, 호텔 고객에게 통신기술을 선보일 수 있다. 유안타 리서치센터의 2017년 분석을 보면, 케이티 강북지역본부(자양동), 연구개발센터(우면동), 원효지사(원효로), 구로지사(신림로)의 공시지가와 시세 차이는 3배 이상일 것으로 추산했다. 케이티가 보유한 전화국 주변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 가치는 최소 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통신설비가 작아지면서 지사 여러 곳에서 관할하던 통신망을 한 곳으로 모은 게 컸다. 케이티에스테이트 관계자는 “호텔뿐 아니라 임대주택, 아파트 등으로 위치·상황에 따라 유휴부지를 활용하고 있다”며 “수익성 때문만은 아니고 통신사업과 연계가 가능해 관련 기술을 선보일 수 있어서다”라고 설명했다. 케이티가 지은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은 ‘국내 최초 인공지능 호텔’을 표방하고 음성·터치로 조명·냉난방 등을 제어하는 ‘기가지니 호텔’로 운영되고 있다.
호텔업계에서는 ‘호텔 공룡’의 등장에 환영과 동시에 긴장감도 나타내고 있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한국에 없었던 다양한 특급호텔이 들어와 특급호텔 파이 자체가 커진다는 장점이 있다. 특급호텔 간 서비스경쟁도 심화해 고객 만족도는 올라갈 것”이라고 짚었다. 또 다른 호텔 관계자는 “대기업이 공격적으로 특급호텔들을 짓는 경우가 많진 않은데, 케이티가 좋은 부지에 자체 콘텐츠도 갖고 있어 동종업계로서 긴장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케이티의 수익성 중심의 개발 집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케이티는 과거 원효지사 등 4곳의 지사에 흩어져있던 통신설비를 아현국사 한 곳으로 집중시켰다가, 지난해 11월 아현국사 화재로 통신대란이 발생해 소비자·소상공인 등이 큰 피해를 겪기도 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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