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항공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율을 5%대로 늘렸다. 델타는 미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아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백기사’라는 의혹을 부인한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총수 일가와 한진칼 2대 주주인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KCGI) 사이의 경영권 분쟁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눈길이 쏠린다.
델타항공은 7월30일 기준으로 한진칼 주식 13만5천주를 추가 매입해 총 5.163%(303만8000주)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1일 공시했다. 지난 6월20일(현지시각) 자사 누리집을 통해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했다고 발표한 지 6주 만이다.
델타항공이 지분 늘리기를 본격화하면서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새 변수가 되고 있다. 애초 델타항공은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백기사’란 설이 우세했다. 델타항공과 대한항공은 지난해 태평양노선 조인트벤처(JV·특정 노선에 한해 한 회사처럼 운영하고 비용과 수익을 나누는 협력관계)를 맺고 협력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델타항공은 이날 공시에서 “경영참가 목적은 없다”고 밝혔다. 경영권 분쟁에 어떤 영향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될 수 있는 입장이다. 델타항공은 지난달 케이씨지아이의 질의에 답하면서도 “사업상 파트너와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투자”임을 명시했다. 델타는 “한진칼 또는 경영진 등과 어떠한 합의 없이 이뤄진 장기투자”라며 “어느 편에서도 서있지 않다”고도 밝혔다. 한진 총수 일가 쪽 편을 드는 백기사가 아님을 확인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상황을 델타항공이 최대한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강성진 케이비(KB)증권 연구원은 “델타항공은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상황을 활용해 자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으로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며 “조원태 회장과 케이씨지아이의 경쟁구도를 유지해 캐스팅보트로서의 가치를 극대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델타항공의 등장으로, 잠시 주춤했던 케이씨지아이는 다시 공세를 강화할 조짐이다. 케이씨지아이를 이끄는 강성부 대표가 직접 유튜브 채널을 통해 우호적 여론 형성에 나설 예정이다. 한진칼 투자 의도를 설명하고 케이씨지아이를 둘러싼 의혹 등을 해소하는 내용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케이씨지아이는 최근 한진 총수 일가 쪽에 만남도 제안했다. 이달 안에 조원태 대표이사 및 조현민 전무와 만나 한진칼의 책임경영체제 확립방안 등을 논의자는 것이다. 케이씨지아이는, 지난 2월 한진그룹이 공개 약속한 ‘한진그룹 중장기 비전 및 한진칼 경영발전 방안’ 이행사항도 확인할 예정이라며, 조 대표 등을 압박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총수일가가 회동에 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2대 주주의 제안인 만큼 회동을 거절하는 이유를 밝혀야 한다는 압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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