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 방콕 시내를 주행하고 있는 씨제이(CJ)대한통운 택배차량. 씨제이대한통운 제공
국내 택배사들이 동남아시아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국내 택배시장에서 눈을 돌려 성장 가능성이 큰 동남아에서 ‘케이(K)-물류’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25일 씨제이(CJ)대한통운은 8월 중순부터 타이 방콕 인근 방나 지역에서 첨단 택배 분류장치인 ‘휠소터’를 적용한 중앙물류센터(CDC) 시범 가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중앙물류센터는 타이 물류센터 중 가장 큰 7만1900㎡(2만2000평) 규모로 타이 전체 택배시장 일일 물동량(300만개)의 13%인 하루 최대 40만개의 택배상품을 분류할 수 있다는 게 씨제이대한통운의 설명이다. 씨제이대한통운은 “한국 택배사업에서 얻은 노하우와 첨단기술을 전이하고 태국 1위 택배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국내 택배시장의 7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택배사 ‘빅3’는 모두 동남아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씨제이대한통운은 2016년 말레이시아 종합물류기업 센추리로지스틱스를 인수한 데 이어 같은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대형 물류센터를 인수하는 등 동남아 시장에 공을 들여왔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인수·합병(M&A)을 통해 베트남·인도네시아 등지로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한진은 동남아 물류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2016년 베트남 법인을 설립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택배사들이 국내 경쟁 심화와 단가인상 한계에 직면해 ‘신남방 물류시장’의 확장성에 주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총 택배 물량은 25억4300만개로 지난해보다 9.6% 증가했지만, 평균단가는 2229원으로 지난해보다 19원(0.8%) 감소했다. 대형 택배사의 효율성 개선을 통해 가격이 내려간 측면도 있지만, 한정된 시장 안에서 택배사 간 ‘저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된 판단이다.
유통 업체까지 택배업에 뛰어들고 있다. ‘로켓 배송’을 실시하는 쿠팡이 택배사업자로 등록하고, 롯데·신세계 등 국내 대형 유통사들도 자체 물류 설비를 확장하고 있다. 정연승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원은 “택배시장 경쟁 심화와 단가 인상이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 국내 유통기업들의 물류사업 영역 확대로 3자 물류를 확대할 기회를 상실한 것이 씨제이대한통운, 한진의 주가가 연초 대비 하락한 원인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견줘 동남아 시장은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물류산업 성장 또한 기대되는 상황이다. 코트라가 2017년 발간한 ‘동남아 온라인 유통시장 현황 및 진출방안’ 보고서를 보면, 아세안 인구는 6억3000만명으로 세계 인구수 3위이며 40살 이하 젊은 연령층의 비중은 66%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코트라는 “동남아 온라인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32%씩 성장을 거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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