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IFA서 e-잉크 스마트폰 공개
디스플레이와 접붙이지 않은 단독 제품
흑백 바탕화면·카메라로 ‘저전력’ 겨냥
“100달러로 중국·러시아 등 출시할 것”
하이센스의 전자잉크 스마트폰 ‘A5’ 내부 모습.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이파)를 맞아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새로운 스마트폰을 대거 선보였다. 새로 출시된 신제품도 있고 막 개발을 마친 시제품도 있다. 특히 중국 가전업체 ‘하이센스’(Hisense)가 내놓은 저전력 전자잉크 전용 스마트폰은 “재충전 없이도 최대 100시간을 쓸 수 있다”고 홍보해 눈길을 끌었다.
하이센스가 이파에서 공개한 엘티이(LTE)폰 ‘A5’는 전자잉크로만 만들어진 스마트폰이다. 하이센스가 최근 3년 동안 전자잉크 화면과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화면을 기기 양쪽에 붙여 ‘듀얼스크린’을 만들기는 했지만 전자잉크로만 쓰는 스마트폰을 낸 건 이례적이다. A5의 앞면은 이(e)북리더기와 같은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며 사진도 흑백으로 구현한다. 사진 색깔을 보고 싶으면 노트북으로 옮겨야 한다. 카메라는 1300만 화소와 5만 화소 두 개다. 4GB 램에 32기가바이트까지 사진을 저장할 수 있고 4000mAh 배터리를 갖췄다.
하이센스 전자잉크 스마트폰 ‘A5’로 사진을 찍으면 흑백처럼 보인다. 노트북에 연결하면 컬러사진을 얻을 수 있다.
하이센스는 “A5로 거의 100시간가량 충전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 평균 배터리용량이 1500∼1700mAh인 이북리더기가 약 이틀 만에 완전 방전되는 점을 고려하면 아주 불가능한 주장은 아니다. 다만 스마트폰이 이북리더기보다 와이파이사용량이 많아 실제 사용 가능 시간은 2∼3일 이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웹페이지를 전부 전자잉크로만 구현해야 해 다른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보다 2∼3초 가량 응답이 늦다.
하이센스의 전자잉크 전용 스마트폰 ‘A5’ 시연 장면.
A5는 하이센스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중국·러시아 등 일부 지역에서만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쉬엔춘레이 하이센스 섹션 매니저는 7일(현지시각) <한겨레>와 만나 “100달러 선에서 가격이 책정될 예정이며 중국과 러시아 대상으로 연말께 출시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년께 유럽에 진출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지만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에 대해선 “아직 계획이 없다”고 했다.
하이센스는 A5와 함께 디스플레이-전자잉크 겸용 스마트폰 ‘A6L’과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를 갖춘 새 스마트폰 ‘U30’도 함께 공개했다. A6L은 중국과 러시아에, U30은 중국·러시아·유럽 시장에 올해 말 공개될 예정이다.
화웨이와 모토로라, 소니도 스마트폰 신제품을 내 놨다. 화웨이는 5세대(5G) 이동통신용 통합칩 ‘기린990’을 탑재한 메이트30 시리즈를 공개했고 소니는 사운드가 강점인 ‘엑스페리아 5’를 공개했다. 모토로라를 인수한 레노버는 후면 카메라가 4개인 ‘모토로라 원 줌’과 2개인 ‘모토e6 플러스’를 새로 출시했다.
티시엘(TCL)이 전시한 아웃폴딩 방식의 스마트폰.
‘펼치는 스마트폰’에 있어서는 한국 제품이 단연 앞섰다. 중국 가전 제조사 티시엘(TCL)이 안·밖으로 접는 스마트폰 2종과 안으로 접는 스마트폰 1종을 전시했지만 아직 출시되지 않은데다 관람객들이 만지지 못하게 막았다. 펼치는 스마트폰 가운데 실제로 써 볼 수 있는 기기는 삼성전자의 갤럭시폴드와 엘지전자 V50S씽큐 정도였다. 티시엘은 그 대신 카메라가 특화된 스마트폰 ‘티시엘 플렉스’를 선보였다. 티브이 제조사인 티시엘이 자체 스마트폰을 선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티시엘 플렉스는 다음달 15일 약 330유로(약 44만원) 가격에 유럽시장에 출시될 계획이다.
베를린/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