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에스(GS)홈쇼핑이 지난 23일 ㈜한진 지분 매입 계획과 함께 그 이유로 제시한 ‘물류 서비스 강화’란 설명에 시장은 물론 해당 업계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한진 사주 일가의 고민거리를 덜어주기 위해 지에스 사주 일가가 법인 자금을 쏟아부은 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목소리도 나온다.
24일 지에스홈쇼핑 주가는 거래 시간 내내 약세를 보였다. 개장 직후 전일 종가(15만700원)보다 1700원 떨어진 14만9000원에 거래되는 등 장 종료까지 상승 반전하는 데 실패했다. 종가는 전일대비 700원(0.46%) 낮은 15만원이다. 코스닥지수는 물론 현대홈쇼핑 등 같은 업종에 속한 상장사의 주가도 보합세였던 점을 염두에 두더라도 투자자들은 전날 ㈜한진 지분 매입 계획 소식을 ’호재’로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유통업을 담당하는 대형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주가 흐름은 다수 시장참여자의 결정에 따른 거라 무 자르듯 그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한진 지분 매입 소식이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밝혔다.
지에스홈쇼핑은 한진 지분매입이 물류 강화라는 ‘전략 투자’의 일환이라고 말한다. 지에스홈쇼핑은 23일 “한진은 물류 관련 광범위한 사업영역과 인프라를 가지고 있어 투자에 적합하다. 지에스홈쇼핑이 한층 더 높은 배송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높은 단계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데 이어 24일 <한겨레>와 통화한 지에스홈쇼핑 관계자도 “유통업을 하는 입장에서 장기적 관점에서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시장과 유통업계는 이런 설명에 수긍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당장 투자한 시기와 매입량에 의문을 드러낸다. 매입하기로 한 지분이 고 조 회장이 보유한 지분 전량인 데다, 투자 시기가 한진그룹 총수일가가 10월 말까지 국세청에 상속세 신고를 마쳐야 하는 시점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경쟁 업체의 한 관계자는 “(유통업체로서) 물류 분야에 투자할 필요성이 있는 건 맞지만 그 방식이 ‘지분 투자’인 대목은 납득되지 않는다. 홈쇼핑과 택배사 계약 관계에서 홈쇼핑이 ‘갑’인 터라 홈쇼핑 맞춤형 택배 서비스는 홈쇼핑이 택배사에 요구하면서 만들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정말 사업 시너지가 있다고 하면 ‘굳이 왜 이 시점이냐’는 의문도 든다. 정말 시너지가 있다면 왜 더 일찍 고려하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했다. 한진 총수일가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지에스 사주 일가가 법인 자금을 쓴 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각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업계와 시장에선 지에스그룹과 한진그룹의 해묵은 관계가 새삼 거론되고 있다. 한진은 2000년 지에스홈쇼핑 전신인 엘지(LG)홈쇼핑이 상장할 당시 주식 50만주를 사들였으며, 현재 지에스홈쇼핑 지분을 한진그룹 주력사인 대한항공과 ㈜한진이 각각 4.5%, 3.5%씩 갖고 있다. 한진그룹 계열이 보유한 지분은 2016년 지에스홈쇼핑이 미국계 헤지펀드 에스시(SC)펀더멘털밸류펀드와의 경영권 분쟁 당시 지에스 일가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됐다. 두 그룹 총수일가의 관계도 가깝다. 한 예로 허태수 지에스홈쇼핑 부회장의 형 허창수 지에스그룹 회장은 지난 4월 고 조 회장의 장례식 때 추도사를 맡았다.
신민정 현소은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