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등 부진한 실적을 보이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위기’를 공식 선언하고 자구책 마련에 들어갔다. 대형마트 1위 이마트가 대표를 교체하며 쇄신에 나선 데 이어, 유통 부문을 주력 계열사로 두고 있는 롯데그룹도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이들은 유통 모든 계열사를 동원한 대규모 쇼핑 행사를 통해 반전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대표 교체·비상경영
31일 롯데그룹은 전날 열린 연례 경영간담회에서 황각규 부회장이 150여명의 계열사 대표이사와 기획담당 임원 등에게 비상경영체제 전환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저성장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명확한 목표 수립과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는 게 롯데의 설명이다.
특히 그룹 내 매출 비중이 29%(2017년)에 달하는 유통 부문에 눈이 쏠린다. 오프라인 매장 기피 경향과 소비 부진의 영향이 집중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백화점 등을 운영하는 롯데쇼핑은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3.5% 줄었다. 특히 대형마트는 141억원 적자를 냈다. 롯데쇼핑이 지분 49%를 가진 유니클로(에프아르엘코리아) 불매운동도 지속되고 있다. 하반기 전망도 어둡다. 에프앤가이드가 증권사 3분기(7~9월) 전망을 종합한 내용을 보면, 롯데쇼핑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5%, 12.8% 줄어들고 당기순이익은 67.6%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케미칼(순이익 -34.3%), 롯데정밀화학(-14.2%) 등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다른 계열사에 견줘도 감소 폭이 크다.
유통 대기업들은 연이은 ‘위기’ 메시지와 인사 교체로 쇄신을 노리는 분위기다. 2분기(4~6월) 299억원(연결 기준)의 첫 분기 적자를 본 이마트는 예년보다 한달 이상 빨리 정기인사를 실시하고,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 출신 강희석 대표를 선임했다. 시기나 내용 면에서 긴장감 조성 효과를 노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올해 연말 이원준 유통 부문장의 교체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해엔 식품·유통·화학·호텔서비스 등 4개 부문 가운데 식품·화학 부문장만 교체됐다.
1조원대 물량·계열사 총동원
연말 성수기가 시작되는 11월을 맞아 유통업체들은 대규모 할인행사를 앞세우며 소비자 이목 끌기에 나섰다. 롯데는 10개 계열사가 오는 1~7일 ‘롯데 블랙 페스타’를 여는데, 행사 물량이 1조원에 이른다. 신세계는 오는 2일을 ‘쓱데이’로 정하고, 18개 계열사가 처음으로 동시 참여하는 할인행사를 연다. 한 온라인 유통업체 관계자는 “백화점의 창립행사 등 계열사별로 개별적으로 움직이던 것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며 “행사 규모를 키우고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먼저 신세계는 이마트와 온라인 부문 에스에스지(SSG)닷컴이 선두에 섰다. 이마트는 오는 2일 하루 동안 1천억원 물량을 투입했는데, 한우 모든 품목을 40% 할인하고 알찬란(30구, 2600원), ‘지(G)세븐(7) 와인’(3450원)을 저렴하게 내놓는다. 10만원이 안 되는 텔레비전도 나왔다. 일렉트로맨티브이(TV, 80㎝)는 이마트이(e)·국민·우리 등 카드로 결제 때 9만9천원에 살 수 있다. 지난 3월 출범한 에스에스지닷컴은 화제몰이성 행사로 인지도를 높인다는 계산이다. 지난 28일부터 누리집에 접속하는 소비자(매일 10만명·신규 5만명)에게 쇼핑지원금 1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유통 부문 통합행사 3년째를 맞은 롯데는 행사 규모가 1조원에 이른다는 점을 강조한다. 롯데마트는 오는 6일까지 한우(등심)·삼겹살·은갈치 등을 10년 전인 2009년과 비슷한 가격대로 판매한다. 한우 등심(100g) 6572원, 삼겹살(100g) 990원, 은갈치 2480원, 씨없는 청포도(1.8㎏) 1만840원 등이다. 또 유통 계열사에서 2차례 이상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경품 행사를 펼쳐 4천만원 상당의 제네시스 자동차(1등, 1명)와 아이폰11(2등, 15명)까지 지급한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