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02 16:01
수정 : 2020.01.03 02:32
|
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2020년 SK 그룹 신년회에서 구성원 대표들이 행복을 주제로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SK제공
|
SK 비직원 등 초청해 바라는 말 경청
LG 시무식 없애고 신년사 영상 메시지
IT 거인들은 시무식 자체가 없어
|
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2020년 SK 그룹 신년회에서 구성원 대표들이 행복을 주제로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SK제공
|
높은 단상 위에 오른 총수 또는 회장의 근엄한 신년사를 마주보고 도열한 의자에 앉은 직원들이 ‘각잡고’ 경청하는 전통적인 시무식은 올해 더 줄었다.
에스케이(SK)그룹은 2일 경영진이 직원이 아닌 시민과 고객 등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파격적 방식의 신년회를 열었다.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오후 2시에 열린 2020년 신년회에는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에스케이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주요 경영진이 모두 참석했지만 별도의 신년사는 없었다. 대신 특별 초청한 외부인들의 현장 발언과 인터뷰, 신업사원을 포함한 구성원간의 대담으로 꾸몄다. 현장 발언에서는 소셜벤처 지원사업을 하는 ‘루트 임팩트’ 허재형 대표, 안정호,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전북 국산의 지역공동체 활동가 조권능씨 등이 나섰다.
허 대표는 “에스케이가 여러 영역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리더를 양성하고, 이들이 협업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확대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시대의 핵심 기술인 ‘데이터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관계사간 시너지를 높여 달라”고 당부했고 조씨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식전 행사로는 에스케이서린빌딩 인근 식당 종사자와 기관 투자자, 청년 구직자, 에스케이에 근무하는 구성원 자녀와 워킹맘 어머니 등이 에스케이에 대한 바람을 영상으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에스(GS)그룹은 2일 아침 서울 강남구 지에스타워에서 계열사 경영진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스탠딩 토크 형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12월 허창수 전 회장의 후임으로 그룹 회장에 오른 뒤 별도의 취임식을 열지 않았던 신임 허태수 회장은 격의없이 소통하고 협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철학을 강조해온 터라 임원들과의 첫 공식 대면행사인 신년모임을 격의 없는 대화자리로 주문했다고 한다. 허 회장은 아침 8시부터 30분동안 임원들과 신년 덕담과 현안 등에 대해 담소를 나눈 뒤 10분 가량 간단한 신년사로 신년모임을 마무리했다.
|
2일 신년사를 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현대차그룹 제공
|
서울 서초구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신년회도 올해 처음으로 의례적인 식순을 생략했다. 직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영상으로 제작해 방영하면서 시작하고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신년사도 10분 만에 끝났다. 이날 정장차림으로 단상을 없앤 무대에 오른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여러분처럼 편하게 입고 오면 좋은데 저는 대한상의 신년회가 있어 이렇게 왔다”고 격식을 차린 옷차림에 ‘해명’을 하면서 말문을 열었고 마지막에는 수평적 소통을 위해 직원들에게 옆 사람과 악수를 해보라고 제안하는 등 격의없는 분위기를 이끌었다.
|
시무식을 없애고 영상메시지로 신년사를 보낸 LG그룹 구광모 회장. LG제공
|
40대 초반의 젊은 구광모 회장이 이끄는 엘지그룹은 아예 시무식을 없앴다. 구 회장이 보내는 신년인사와 메시지를 영상 인터뷰 형식으로 담아 이날 오전 ‘엘지(LG) 2020 새해 편지’라는 제목으로 전 세계 25만명의 임직원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전체 구성원과 더 가깝게 소통하기 위해 찾아낸 방안이라고 한다. 일찌감치 시무식을 없앤 네이버, 카카오 등 아이티 기업들은 올해도 별도의 시무식이나 신년회를 열지 않았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