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09 18:30
수정 : 2020.01.1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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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고윤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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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형 준법감시위원장 간담회
“이재용 부회장이 독립·자율성 보장
파수꾼 역할 하겠다” 밝혔지만…
총수지배 속 내부정보 수집 한계
불법행위 제재 강제권도 없어
‘내부 1명·외부 6명’ 내달초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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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외부인사가 중심이 된 독립 그룹 감시기구인 준법감시위원회를 꾸렸다. 공식 출범은 다음달 초께다. 앞으로 뇌물과 같은 부패 행위뿐만 아니라 계열사 간 내부거래와 노동 탄압과 같은 법 위반 행위는 물론 대주주의 승계 과정의 불법성까지 독립적으로 들여다보는 구실을 하게 된다. 그러나 총수에게 권한이 집중된 삼성그룹의 특성을 염두에 두면 그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총수의 용인 범위 안에서만 준법 감시 활동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준법감시위 위원장을 맡은 김지형 전 대법관(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은 9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재용 부회장한테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고 위원장직을 수락했다. 삼성의 준법·윤리 경영에 대한 파수꾼 역할을 하겠다”며 위원회 구성과 운영 구상을 밝혔다. 감시위는 권태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와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김우진 서울대 교수(경영학), 봉욱 변호사(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위원장 포함 외부인사 6명과 삼성전자 사회공헌 업무를 총괄하는 이인용 고문 등 7명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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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위는 각 계열사에 이미 꾸려진 이사회와 준법지원인 등을 통해 자료를 보고받아 활동한다. 최고 경영진의 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위원회가 직접 신고를 받을 방침이다. 사안에 따라 감시위가 직접 조사도 한다. 법 위반이 확인되면 시정·제재 요구를 각 계열사 이사회에 하고, 감시위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때는 앞으로 만들 감시위 누리집에 해당 내용을 공개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감시위가 계열사 이사회나 준법지원인을 통해 받는 내부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외부 기구가 민감 정보를 어떻게 얻을 수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김 위원장은 “저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감시위가 제재·권고안을 내놓더라도 이를 강제할 수 없다는 점도 한계다. 법 위반 행위에 대해 형사고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사안에 따라 다를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독립성이 의심되는 대목도 나왔다. 감시위와 협약을 체결할 7개 계열사 가운데 미국에서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거액의 벌금을 문 삼성중공업이 빠졌다는 지적에 대해 김 위원장은 “협약 체결 대상 기업으로 7개 계열사가 선정된 경위는 저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감시위가 잘 작동하려면 이재용 부회장과 직접 대화하는 채널을 만들고 내부고발자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총수 중심 구조에서는 감시위의 활동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감시위 설치는 이재용 부회장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고법 형사1부 재판부가 지난해 10월 공판에서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를 다음 공판(오는 17일)까지 마련하라’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어, “감시위 설치가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범죄에 대한 면죄부로 작용되어선 안 된다”며 “삼성은 법적 권한이나 책임이 없는 감시위 대신, 그동안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법적 기구인 이사회의 독립성·투명성 강화에 먼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채경화 신다은 기자
khsong@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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