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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외국 박람회 못가고, 중개인들 안오고”…수출 중소기업 ‘한숨’

등록 2020-02-26 18:44수정 2020-02-27 02:44

화장품 업계는 중국 용기 못구해
자동차 업체는 부품 안와 재고 쌓아둬
반도체 장비회사 통관 지연 하소연

원재료 중국서 수입 부품 제조사
상당수는 대구·경북 집중 ‘이중고’
“수출박람회 줄취소, 판로 줄어” 울상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기계를 팔아야 하는데 브로커(중개인)들이 한국에 들어오지도 않고 우리를 만나주지도 않아요. 참가한다고 돈과 기계를 다 보냈던 베트남 수출박람회는 한국인을 입국금지할 수 있다네요. 중국 현지 공장은 제대로 돌아가질 않고 부품도 한국에 보내지 못해서 손실액이 수억원까지 늘어날 것 같아 답답합니다.”

26일 <한겨레>가 통화한 경기도의 한 포장기계업체 대표의 하소연은 이렇게 시작했다. 이 업체는 연간 매출액이 100억원이 채 안 되는 중소기업이다. 몸집이 작고 판매 경로가 적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충격이 대기업 못잖다. 이런 기계 제조 중소기업들은 전체 중소기업 대중국 수출 품목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크다. 지난해 기준 포장기계와 혼합용 믹서를 비롯한 ‘산업용 기계’의 중국 수출액은 9억7천만달러에 이른다. 중소기업의 대중국 수출 품목 중 4위(MTI 6단위 기준)에 이른다.

<한겨레>가 중소벤처기업부에 의뢰해 받은 ‘지난해 중소기업의 대중국 수출 상위(금액 기준) 품목은 화장품과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부품 및 장비, 자동차 부속품, 기타정밀화학원료, 산업용 기계 등이 1~15위에 포진해 있었다. 이들 품목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상당수는 중국에서 원·부자재를 수입해 가공한 뒤 다시 중국에 파는 형태의 사업 구조를 띠고 있는 터라 코로나19로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수출 품목 1위인 기초화장품과 메이크업 제품(15억2500만달러·1위), 마스크팩 및 면도·목욕 등 인체탈취제(3억4천만달러·8위) 관련 기업들은 부품 수급 및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동기 한국화장품중소기업수출협회 이사는 “한해 고객 유치 통로 역할을 하는 수출박람회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며 “중국 소비 수요도 위축됐고 중소기업들의 판로도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화장품 용기를 수입해 오기 때문에 중국의 수입 차질도 한국에 영향을 준다”며 “이 때문에 한국 화장품 중소기업들이 일시적으로 마스크·손세정제를 파는 등 생산 품목을 바꾸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화성의 한 화장품 제조사 쪽은 “화장품 용기 대다수를 중국에서 들여오는데 소독제 관련 스프레이와 펌프 용기 구하기가 정말 어려워졌다. 중국 물류가 자국 위생용품 위주로 움직이다 보니 평소보다 납품 속도가 1.5배 늦다”고 토로했다. 이 업체는 주문자제작생산(OEM)과 주문자개발생산(ODM) 제품도 납기일을 기존 기간보다 보름 이상 늦췄다고 한다.

직접 수출이 아닌 중개인을 통해 중국에 수출하는 업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으로 선박용 디젤 경유(2억6천만달러·13위)를 보내는 트레이딩 업체 중에는 소규모 중소기업이 일부 포함돼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4대 정유사가 자사 대리점을 통해 트레이딩(고객에게 배송)하는 경우도 있지만 소규모 트레이딩 업체나 바이어들이 이를 중개하기도 한다”며 “지금처럼 중국 고객과 접촉하기 어려운 시기엔 트레이딩 업체들도 일감 구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짐작했다.

업력이 길어 수요·공급망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동차 부품(3억8천만달러·7위) 업계와 반도체·디스플레이 부품장비(12억1천만달러·3위) 업계는 수출보다는 수입 차질이 더 크게 문제가 되고 있다. 운전대, 섀시 부품, 기어박스 등은 한국 자동차 부품사들의 주요 수출 품목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1차 협력사 중 한곳의 대표는 “중국에서 꼭 들여와야만 하는 방진용 부품이 있어 한달치 재고를 쌓아뒀다. (완성차) 구매팀과 소통하면서 재고 관리를 하고 있고 잘 풀리기만 바랄 뿐”이라고 했다.

한 국내 반도체 장비 제조사 대표도 “구매 수요 자체는 장기적으로 회복되겠지만 통관일이 예상보다 며칠씩 늦어지고 물류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이 안 돼 물건 판매 속도가 지난해보다 현저히 느리다”고 했다. 중국에서 주요 원재료를 들여와 가공하는 반도체 소재 업체의 한 임원은 “3월까지 쓸 재고는 남겨뒀고 현 상황을 버티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대체 공급망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들 업체 상당수는 대구·경북 지역에 집중돼 있다. 김산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기획조사실장은 “한국 자동차 부품사들의 주요 공장 거점이 대구·경북”이라며 “생산 인력 중 확진자가 나와 공장 가동이 중단될까 (부품 제조사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했다.

신다은 김윤주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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