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조처로 한국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불허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에서만 700여명이 베트남 출장을 가지 못하는 등 국내 기업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이에 주베트남 한국대사가 코로나19 ‘음성 판정’ 등 건강 상태가 확인된 기업인에 예외적 입국 허용을 촉구하고 나섰다.
9일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말부터 이날까지 임직원과 설비 협력업체 직원 등 700명 가량을 베트남 박닌성 공장에 보내야하는데 베트남이 한국의 코로나19 확산을 문제삼아 지난달 29일부터 무비자 입국을 막고 입국자에겐 ‘14일 격리’ 조건을 붙이면서 이들이 출장길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베트남 공장은 지난 2018년 말 기준 연간 매출액이 19조8000억원으로 전체(32조3000억원) 61.5%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사업장이다. 이 곳 모듈 공장에서 생산되는 플렉서블 중소형 오엘이디(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의 제품은 모회사 삼성전자를 비롯해 화웨이와 애플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공급중이며 하반기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에 맞춰 설비 개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특히 삼성전자의 폴더블(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 갤럭시Z플립에 처음으로 초박형 강화유리(UTG)를 적용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등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의 확대에 발맞춰왔다. 글로벌 수요에 맞춰 설비 개조가 필요한데 기술자들이 당장 베트남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우리 외교 당국과 베트남 정부에 계속해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전자, 아이티(IT)기업들 전반적으로 같은 고충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주베트남 한국대사도 호소에 나섰다. 박노완 대사는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서 현지 매체 기자들과 만나 “삼성이 라인 가동을 위해 1000여명을 베트남에 데려올 필요가 있다”면서 “엔지니어들이 14일간 격리되면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사는 “한국 의료기관의 (코로나19 ‘음성’ 판정 등) 진단 서류가 있는 경우 입국에 예외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업계에선 한국 기업의 투자 등 현지 활동이 베트남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우리 정부의 제안에 베트남이 긍정적으로 응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 주요 기업들은 중국 이후의 생산기지로 베트남을 낙점해 근래 생산량을 늘려왔다. 삼성전자는 연간 3억대 가량의 스마트폰 생산량 절반을 베트남에서 만들고 있으며 엘지(LG)전자도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공장을 접고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옮겼다. 삼성전자는 국내 구미사업장에서 코로나19 확진 직원이 5명째 나오고 공장 가동이 세번 연속 멈추게 되자 최근 구미의 갤럭시S20 생산 물량 월 최대 20만 가량을 베트남에서 생산해 국내에 들여오기로 한 바 있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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