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공장 셧다운이 돼도 놀랍지 않을 상황이다.” “매일매일이 피마르는 외줄타기다.”
유럽에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유럽국가들의 입국 제한과 공장 가동 중단이 늘자 유럽에 생산 기지를 둔 엘지(LG)화학·삼성에스디아이(SDI)·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등 자동차배터리 3사가 초긴장 상태다. 특히 올해부터 유럽의 전기차 양산이 본격화되면서 급증하는 배터리 시장을 잡기 위해 유럽공장의 대규모 증설을 추진하던 터라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 사업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3사 관계자들은 19일 “당장 부품 수급이나 제품 이동 등 물류에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변화되는 상황에 따른 다각적인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엘지화학은 폴란드, 삼성에스디아이와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헝가리에 배터리 공장을 운영중이며 각사가 모두 대규모 증설을 추진중이다.
엘지화학은 현재 연 15GWh의 배터리를 생산하는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의 생산규모를 올해 말까지 70GWh로 늘린다는 목표다. 이렇게 되면 한국과 미국, 중국 등에서도 생산하는 전체 배터리의 절반 이상을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하게 된다. 엘지화학은 이를 위해 지난달 공장 근처 부지를 추가 매입하고 현재 70%에 머물고 있는 폴란드 공장 수율(완성품 비율)을 하반기까지 9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삼성에스디아이도 지난해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간 헝가리 괴드 공장에 생산라인을 증설하기 위해 5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7.5GWh 생산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헝가리 코마롬에 완공해 올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현재 시운전 중이며, 9GWh 생산규모의 제2공장 건설이 현재 70%가량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공장을 건설중이거나 증설중인 상황이라 그만큼 국내 기술인력이 많이 필요한 시점이다. 엘지화학 관계자는 “이미 백명이 넘는 국내 기술 인력이 장기 출장으로 현지에 머물고 있어 폴란드 입국금지 조처의 직접 영향은 받지 않는다. 다만 유럽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어, 몇가지 시나리오를 세워놓고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시장을 공세적으로 개척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 비하면 일본 파나소닉, 중국 시에이티엘(CATL)등 세계 시장점유 1, 2위를 다투는 국외 경쟁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의 피해가 덜하다. 파나소닉은 미국 테슬라 쪽 배터리 공급이 절대적으로 많아 유럽 쪽 공장 진출 계획이 아직 없고 시에이티엘은 내년 완공 목표로 독일에 공장을 짓고 있지만 중국 내 수요가 90% 이상을 차지한다.
폭스바겐, 에프시에이(FCA,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 르노 등 유럽 대형 자동차그룹들이 2~3주간 공장 가동을 멈추기로 한 것도 자동차 후방산업인 배터리업체로서는 부담이다. 한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아직은 계약 물량에 영향이 없고 지금 물량만으로도 공급일정이 빠듯해 공장 가동에는 문제가 없지만 완성차 조업 중단이 한달 이상 늘어나면 배터리 업체 역시 타격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국가간 이동제한으로 물류가 점차 늦어지고 있어 물류 마비가 발생하면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일단 3사는 현지 공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 최대한 주의를 하고 있다. 배터리 공장은 완성차 공장처럼 노동자들의 밀집도가 높은 편이라 확진자가 발생하면 집단감염 위험이 높다. 배터리 3사는 발열 체크와 마스크 착용 등 공장 운영 기준을 국내 기준에 맞춰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 에스케이이노베이션 등은 주재원 가족들의 귀국 등도 검토하고 있다.
김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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