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90)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미국 4대 항공사 주식을 모두 팔았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산업이 언제 원래대로 회복할지 모르겠다는 이유였다.
2일(현지시각) 열린 온라인 연례주주총회에서 버핏 회장은 버크셔가 보유한 아메리칸·델타·사우스웨스트·유나이티드항공 등 미국 4대 주요 항공사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고 밝혔다. 규모는 60억달러(약 7조원)다. 이날 버크셔는 1분기 실적보고서에서 버크셔가 497억4600만달러(약 60조8891억원) 손실을 냈다고 발표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본격화된 지난해 1분기만 하더라도 버크셔는 216억6100만달러 순익을 낸 바 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즈>, <씨엔비씨>(CNBC)를 보면, 주총에서 버핏은 “내가 틀린 것으로 결론이 났다”며 “(항공주를 모두 판) 내가 틀리길 바라지만, 항공산업은 크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수준으로 많은 승객들이 비행하려면 2년일지, 3년이 걸릴지 모르겠다”면서 “항공산업이 70~80% 수준으로 회복된다면 항공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크셔는 지난달 3일에도 델타와 사우스웨스트항공 등의 지분을 일부 매각하면서 눈길을 모았다. 버크셔는 앞서 2월 말만해도 델타항공 주식을 추가로 사들였는데, ‘가치 투자’를 강조하는 버핏이 약 한달 만에 투자 판단을 뒤집어서다. 버핏은 3월13일
<야후파이낸스>와 한 인터뷰에서 “항공주를 팔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손절매를 택했다. 그새 미국이 코로나19로 인해 본격적인 ‘셧다운’에 돌입하면서 상황이 급변하자 판단이 바뀐 것으로 풀이된다. 이때 버크셔는 델타항공 주식 1300만주를 주당 24.19 달러에 약 3억1400만달러어치 팔았다. 2월 말께 97만6천주를 주당 46.40달러에 사들인 걸 고려하면 큰 손실을 보고 내다판 것이다. 그렇다해도 버크셔는 이때까지 델타항공의 지분율이 기존 11%에서 9%남짓으로 내려갔을 뿐 대주주 지위는 유지했지만, 이번에는 ‘전량 매도’라는 강수를 뒀다.
향후 버핏의 행보는 관심거리지만 당분간은 현금을 들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버핏은 주총에서 “미국의 기적, 미국의 마법은 항상 승리해왔고 또 다시 그럴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치면서도 “우리는 매력적인 것(투자처)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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