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업계 전반이 침체된 가운데 1조원대 유상증자에 나선 대한항공이 목표 금액의 97.35%를 모았다.
대한항공은 지난 9~10일 구주주 및 우리사주조합을 대상으로 유상증자 청약을 진행한 결과, 청약률이 97.35%였다고 13일 공시했다. 발행 예정 주식 수 7936만5079주 중 청약 주식 수는 7725만8049주로, 금액으로는 1조971억원이다. 실권주에 대한 일반공모 청약일은 14∼15일, 신주권 상장예정일은 오는 29일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우리사주 청약 주식 수(1047만6531주)는 조합에 배정된 물량(1587만3015주)의 66%에 그쳤지만 최대주주인 한진칼을 비롯한 일부 주주가 초과청약(792만9347주)에 나서면서 목표 대부분을 달성했다. 신주 1주당 0.66주를 기존 주주에게 배정했기 때문에 한진칼이 필요한 최소 자금은 약 2400억원으로 집계됐지만, 한진칼은 지분 유지를 위해 3205억원을 투입했다.
올 2분기(4~6월) 국제선 운항이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98% 줄어드는 등 최악의 경영환경 속에서도 대한항공이 계획된 자구책 등을 이행하면서 대한항공 주가는 버텨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종가는 1만6850원으로, 신주 발행가(1만4200원)보다 2천원가량 웃돌고 있다. 업계의 구조조정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1위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에 대한 ‘대마불사’ 믿음이 굳어지는 모양새이다.
대한항공은 최근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에 배타적 협상권을 부여하고 기내식 및 기내면세품 판매 사업 매각을 진행하는 등 다른 자구책 등을 이행하며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잠정 매각가격은 1조원대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지난 4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1조2천억원을 지원받았고, 기간산업안정기금에서도 1조원 지원을 받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 등의 자산 매각도 추진 중이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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