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관련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면서도 최종 결정은 미뤘다. 결국 남은 건 정부 지원인데, 정부는 두 회사의 고통분담이나 합의 없이 국책은행의 대출이나 기간산업안정기금 등 공적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딜 클로징(종료) 시점은 미뤄졌지만, 매각 계약은 조만간 파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15일 자정까지 이스타항공의 대주주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의 선행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고 16일 밝혔다. 앞서 지난 1일 제주항공은 체불임금 250억원 등을 포함한 미지급금 1700억원 등의 선결조건을 15일 자정까지 해결 못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최후통첩을 이스타항공에 보냈다.
이날 제주항공은 입장 자료를 내고 “제주항공의 계약 선행조건 이행 요청에 대하여 사실상 진전된 사항이 없었다. 계약 해제 조건이 충족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정부의 중재노력이 진행 중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해제 최종 결정 및 통보 시점을 정하기로 했다”고 이 항공사는 덧붙였다.
미지급금 해소 압박에 이스타항공 근로자대표단은 지난 10일 직원들에게 2개월치 임금 반납에 동의하는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데 이어, 임금 반납 동의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조종사노조 소속 직원을 제외하고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직원 1261명 중 42%가 응답해 이중 75%가 임금 반납에 찬성했다. 그러나 제주항공은 이조차 개별 반납 동의서 제출이 아니라 법적 효력이 없고, 나중에 말이 바뀔 수 있다며 사실상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스타항공 쪽은 이날 제주항공의 발표에 “이스타항공과 이스타홀딩스는 제주항공과 주식매매계약서 상의 선행조건은 완료했다”며 “속히 계약완료를 위한 대화를 제주항공에 요청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주식매매계약서상 의무가 아님에도 제주항공이 추가로 요청한 미지급금 해소에 대해서 성실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선결조건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양쪽의 시각차가 여전히 뚜렷한 셈이다.
정부는 두 회사가 정부에 지원 요청을 하기에 앞서 이견을 좁히고 고통분담 등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기업도 정부 지원을 받기 전 구조조정 등 자구책을 내놓고 있는데 예외를 둘 경우 특혜 논란에 빠질 수 있어서다.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양쪽이 서로 고통분담을 해야 하는데 핑퐁만 치고 있다”며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명분이 없는데 세금만 투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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