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쪽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롯데홀딩스 이사직 해임을 요구하는 소송을 일본 법원에 냈다. 2014년 시작된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모양새다.
22일 신 전 부회장 쪽의 설명을 종합하면, 신동주 전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광윤사는 최근 신동빈 회장과 롯데홀딩스를 상대로 신 회장의 롯데홀딩스 이사직 해임을 요구하는 소송을 도쿄지방재판소에 제기했다. 광윤사는 롯데홀딩스의 지분 28%를 가진 최대주주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달 24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끝난 뒤 소송을 내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당시 롯데홀딩스 주총에선 신동빈 회장을 7월1일부로 롯데홀딩스 사장 및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는 안건이 통과되고, 신 전 부회장이 낸 신 회장의 이사직 해임 요구 주주제안은 부결됐기 때문이다. 당시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에 대해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쪽에 뇌물을 건넨 혐의로 넘겨진)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롯데그룹의 브랜드 가치와 평판, 기업가치가 훼손됐다”며 이사직 해임을 요구한 바 있다.
소송 제기를 밝힌 이날도 신 전 부회장은 “롯데그룹은 행동헌장 중 하나로 ‘공명정대’를 천명하는 등 해외 법령을 포함한 법령 준수를 중요한 기업 이념으로 삼고 있다”며 “신동빈 회장이 저지른 범죄행위는 기업 이념에 반하며, 더 나아가 신 회장이 이사직은 물론 대표이사 회장 겸 사장의 지위에서 그룹의 수장을 맡고 있는 것은 명백히 롯데그룹이 천명한 기업 이념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의 소송 제기에 대해 롯데지주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2014년 말부터 이어진 롯데 경영권분쟁이 끝나지 않고 이어지는 모양새다. 2014년 말 신동빈 회장으로 후계구도의 무게중심이 쏠리자, 신 전 부회장은 2015년부터 신 회장의 롯데홀딩스 이사해임안을 매년 주주제안하는 등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고 신격호 명예회장이 20년 전 작성한 ‘한·일 롯데그룹 후계자를 신동빈 회장으로 한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두고 형제가 또다시 충돌하기도 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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