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이 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재실사 요구와 관련 “책임회피를 위한 구실”이라며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양쪽이 재실사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이미 ‘최종 통보’를 한 금호산업 쪽에서 2주 뒤 계약 해제를 선언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금호산업은 보도자료를 내어 “(아시아나항공 인수) 거래 종결이 임박한 시점에서 올해 하반기 약 3개월에 걸친 추가 실사를 요구하는 것은 거래종결을 회피하거나 지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재실사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금호산업에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요구한 현산은 이날 채권단이 재실사를 참관하거나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채권단인 산업은행 쪽도 “조건 재협의가 아닌 재실사 요구는 이례적인 것으로 산은이 받아들인 적 없다”고 말해 재실사는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양쪽의 입장이 이처럼 평행선을 달린다면, 금호산업이 먼저 계약해제와 관련한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9일 금호산업은 현산 쪽에 2주 기한(8월12일)을 주고 계약해제와 위약금 몰취를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러시아 기업결합심사 승인 등 인수 절차와 관련한 선행조건을 충족했는데, 현산이 인수 종결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 취지다. 반면 현산은 “계약상 진술 및 보장이 진실된지 등을 확인해야 선행조건이 충족된다”며 “금호산업의 계약해제권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날 금호산업은 그간 현산 쪽의 재무제표 관련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인수계약 뒤 아시아나항공의 급증한 부채와 관련 현산은 항공기 리스 부채 등은 현금흐름 문제가 아닌 회계처리 변경의 문제고, 이밖에 영구채 발행과 차입금 활용 문제도 사전에 충분히 공유했다는 게 금호산업 쪽 설명이다. 금호 쪽은 지난달 9일 처음 현산의 원점 재점검 요청 공문을 받았을 때를 언급하며 “수차례 자료 제공과 설명을 해왔고,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이 직접 현산 최고경영진에게 대면으로 보고한 사항도 있다”고 밝히면서, “설명시에는 어떠한 문제나 의문점을 제기하지 않고 느닷없이 공문을 통해 재점검을 요청해와 금호산업 및 아시아나항공 경영진 뿐만 아니라, 채권단 관계자들도 매우 당황스러웠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양쪽이 절차에 대한 인식차는 물론이고 상대방에 대한 비방이 나오면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노딜’ 전철을 밟으리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금호산업이 현산에 최종 기한으로 통보한 8월12일 이후 계약해제 선언이 나오면, 양쪽은 계약금 반환 등 각자 책임 소재를 줄이려는 소송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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