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이 국내 1위 천연 화장품 원료 회사인 에스케이(SK)바이오랜드를 인수한다. 주력 사업인 오프라인 유통업이 한계에 부닥친 상황에서 뷰티 산업으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현대에이치씨엔(HCN)은 18일 에스케이씨(SKC)가 보유한 에스케이바이오랜드 지분 27.94%와 경영권을 약 12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에스케이바이오랜드는 2018년 기준 국내 천연화장품 원료시장의 61%를 점유하고 있는 1위 사업자로 2015년 에스케이그룹에 인수됐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연결기준)은 1063억원, 영업이익은 145억원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에스케이바이오랜드가 화장품 원료를 비롯해 건강기능식품과 바이오메디컬 등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데다, 향후 사업 확장에 있어서도 유연한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판단해 인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번 인수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뷰티·헬스케어로 확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그룹 패션 계열사인 한섬이 지난 5월 기능성 화장품 업체인 ‘클린젠 코스메슈티칼’의 지분 51%를 인수했는데, 이번 인수를 통해 화장품 원료 부문에도 발을 담그게 됐다. 그룹 관계자는 “뷰티·헬스케어가 그룹의 큰 그림과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향후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 현대그린푸드 등 그룹 계열사들과 건강기능식품 및 바이오메디컬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수는 그룹의 새 성장동력을 발굴한다는 성격을 띤다. 뷰티나 헬스케어 산업은 성장성이 비교적 높은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꼽힌다. 온라인 쇼핑의 공세에 고민해온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화장품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이유다. 신세계백화점은 2012년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를 인수를 시작으로 2016년에는 편집숍 ‘시코르’ 출범, 지난 5월에는 스킨케어 브랜드 ‘오노마’를 출시한 바 있다. 이마트도 ‘센텐스’, ‘스톤브릭’ 등 자체 화장품 브랜드를 선보였다.
향후 현대백화점그룹의 추가 인수·합병(M&A)도 예상된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4월 현대에이치씨엔의 방송·통신 사업부문 매각을 결정하는 등 비주력 사업을 정리 중이다. 한편 에스케이바이오랜드 지분을 매각한 에스케이씨는 “시장경쟁력은 높지만 비즈니스 모델 혁신과 시너지 효과가 높지 않은 사업분야를 정리하며 투자재원을 확보해 왔다”며 “향후 모빌리티, 반도체 등 미래성장동력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민정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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