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을 끝으로 롯데그룹 경영에서 물러나기로 한 황각규(65)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후진에게 기회를 드려야 한다고 판단해 작년 말 (스스로) 사임 의사를 표했다”고 밝혔다. ‘그룹 2인자’인 황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경영 은퇴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자 이를 일축한 것으로 보인다.
황 부회장은 25일 비즈니스 파트너 등 대외 관계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이같이 밝혔다. 황 부회장은 “최근 후계구도 분쟁, 사드 문제, 한일 갈등,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롯데그룹은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아울러 디지털 혁신에 따른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요구 등으로 그룹은 지금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며 “이러한 시점에서 후진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드려야 한다고 판단해, 작년 말 신동빈 회장께 2020년 말 사임 의사를 표명했으며 작금의 경영 변화에 맞춰 퇴임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질설’에 대해 해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롯데가 황 부회장의 거취를 포함한 임원인사를 이례적으로 8월에 단행하자, 재계 등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놨다.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 하락 및 통합 몰 ‘롯데온’ 등 주요 사업의 성과가 더디다는 점과 이번 인사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롯데지주 신임 대표이사로는 이동우(60)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이 내정됐다.
황 부회장은 1979년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해 1995년 롯데그룹 국제부 초대 국제부장으로 부임하면서 그룹의 의사결정 등에 참여해왔다. 황 부회장은 서신에서 “24년 9개월간 신동빈 회장님과 롯데그룹 성장의 역사를 같이했다”며 롯데닷컴 설립, 롯데월드타워 건립 지원, 그룹 지주사 전환 등 그동안의 발자취를 언급했다. 황 부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나지만 임기(2021년 정기주주총회)가 끝날 때까지 롯데지주 이사회 의장직을 이어갈 예정이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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