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1차 납품업체인 효림산업은 최근 회사채 신용등급이 B+에서 B0로 한 계단 강등됐다. 이 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을 산 투자자에게 돈을 못 갚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효림산업은 전체 매출의 약 40%(지난해 기준)가 쌍용차와의 거래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쌍용차가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회사 영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희비가 뚜렷이 갈린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차량 판매와 실적 모두 회복세지만, 한국지엠(GM)·르노삼성자동차·쌍용자동차 등 나머지 3곳은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중견 3사의 위기가 자동차 부품 업계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3일 각사는 4월 자동차 판매 실적을 일제히 발표했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업체 간 격차다.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달 국내·외 완성차 판매량은 59만5511대로 지난해 4월에 견줘 2배가량 급증했다. 해외 판매가 154% 늘며 전체 판매량 증가를 견인했다. 4월에 판매한 완성차 5대 중 4대가 해외에서 팔렸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코로나19로 부진했던 판매 실적이 회복됐다”고 했다.
반면 한국지엠·르노삼성차·쌍용차 등 3사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회생 절차가 진행 중인 쌍용차의 지난달 완성차 판매량(4351대)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6% 급감했다. 르노삼성차(9344대)와 한국지엠(2만1455대)도 각각 29%, 25% 줄었다.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수급 불안과 소비자의 지갑을 열 만한 신차 부족 등으로 판매 부진이 심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3사의 부진은 완성차 업계가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던 지난해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지엠·르노삼성차·쌍용차의 올해 1∼4월 완성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1.6%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판매량이 23%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문제는 당분간 사정이 나아지리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외려 이달부터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본격화하며 현대차와 기아조차도 판매 실적 악화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견 3사의 경영 사정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시장 철수설마저 나오면서 소비자로부터 외면받는 것”이라며 “현대차와 기아의 내수 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확대되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급격히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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