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금호석유화학 제공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등 그룹 주력 계열사 등기이사 자리에서 물러난다. 다만 그룹 회장직은 유지한다.
금호석유화학은 4일 이사회를 열고 박찬구 대표이사와 신우성 사내이사의 사임 의사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1984년부터 금호석유화학 등기이사로 일해왔다. 37년 만에 이사 사임을 결정한 것은 지난 3월 조카인 박철완 상무와의 경영권 분쟁 후 전문 경영인 체제로 지배구조를 바꾸고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회사 쪽은 설명했다.
금호석유화학 지분 10%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박 상무는 경영진과 이사진 교체, 배당 확대 등을 주장하며 삼촌인 박 회장과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였으나 패배해 해임됐다. 그러나 박 회장 본인도 2018년 배임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에 집행 유예 5년의 유죄 판결을 받고 집행 유예 기간인 2019년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로 재선임됐다가 법무부가 취업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며 현재 이를 둘러싼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날 이사회에선 고영훈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장(부사장)과 고영도 관리본부장(전무)이 새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고 소장은 금호석유화학의 주력 생산품인 합성 고무 전문가, 고 본부장은 그룹 재무통이다. 다음달 15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신규 선임 안건이 통과되면 지난 3월 선임한 백종훈 대표이사를 비롯한 전문 경영인 3명이 사내이사를 맡게 된다. 금호석유화학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7명으로 이뤄졌다.
박 회장은 금호미쓰이화학 등 그룹 내 다른 계열사의 등기이사직도 사임할 예정이다. 또 현재 유지 중인 회장직의 구체적인 역할은 향후 이사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1분기 실적도 발표했다. 1분기 매출액은 1조8545억원, 영업이익은 6125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견줘 51.3%, 360.2% 각각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970년 회사 설립 이래 분기 기준 최대 규모다.
사업 유형별로 합성고무 부문에서 영업이익 2921억원을 올렸다. 합성수지와 페놀 유도체 부문 영업이익도 각각 893억원, 1932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쪽은 수요 강세에 힘입어 올해 사상 최대 연간 실적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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