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장(현대차 노조위원장)
현대차 노조가 회사의 8조원 규모 미국 신규 투자와 현지 전기차 생산 방침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상수 현대차 노조위원장(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장)은 1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쪽이 일방적으로 미국 시장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며 “단체 교섭 과정에서 회사에 문제점을 지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사쪽이 노조와 사전 협의도 없이 미국 투자를 발표했다. 우리도 임시 대의원 회의를 하던 중 기사를 보고 내용을 알았다”면서 “단체 협약에 해외 생산을 위해선 노조 합의가 필요하다는 조항이 있는데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회사가 2019년 발표한 ‘2025 전략’에는 해외 투자에 관한 내용이 없다”며 “이번 임단협(임금 및 단체 협약) 요구안에 2025 전략 이행 과정에서 미래의 고용 안정을 위해 기존 사업장 설비 투자를 확대하자는 ‘미래 산업 특별 협약’ 요구안을 별도로 담았는데 당혹스럽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단체 교섭 상견례를 시작하면 회사의 잘못을 지적하는 등 노조 입장을 밝히고 사쪽 얘기를 들어볼 것”이라며 “납득이 안되면 추후 대응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앞서 지난 13일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설비 투자 등 오는 2025년까지 5년간 미국에 74억 달러(약 8조4천억)를 투자한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또 내년부터 현대차의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미국산 제품 구매) 정책에 발맞춘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국내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현재 코나 전기차, 아이오닉5 등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는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사측의 일방적인 미국 시장 8조4천억원 투자 계획에 반대한다”며 “해외 투자를 강행하면 노사 공존 공생은 요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가질 노사 간 올해 임단협 교섭 상견례에서 미국 투자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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