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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차량용 반도체 대란, 테슬라·도요타의 충격은 왜 덜했나

등록 2021-05-20 04:59수정 2021-10-06 14:24

‘차량용 반도체 품귀 사태’ 7문 7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최근 기아의 ‘K8 하이브리드’ 시승 행사엔 마이너스 옵션 차량이 등장했다. 시승 행사는 신차를 처음 선보이는 중요한 자리인 만큼, 모든 기능을 갖춘 풀옵션(최고사양) 차량을 시승 차로 내놓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날 주최측이 마이너스 옵션 차량을 선보인 건 차량용 반도체 구하기가 워낙 어렵다보니 시승 차에도 일부 옵션을 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란 대체 무엇이고 수급난은 언제쯤 해결될지 문답 형식으로 궁금증을 풀어본다.

—차량용 반도체가 대체 뭔가요.

“요즘 자동차는 바퀴 달린 정보기술(IT) 기기라고 부를 만큼 자동 기능이 많이 들어가요. 그래서 부품의 40% 정도는 전자 장치를 사용하는데요. 이런 전자 장치에 들어가는 작은 칩들을 차량용 반도체라고 합니다. 차 한 대당 대략 200∼400개가량의 반도체가 들어가는데요. 최근 물량이 달리는 건 ‘마이크로 컨트롤러(MCU)’라는 반도체 칩입니다. 차에는 엔진·에어백 등 각 부품을 제어하는 전자제어유닛(ECU)이라는 미니컴퓨터가 수십 개 들어갑니다. 이 컴퓨터를 MCU 여러 개로 만들기 때문에 MCU가 모자라면 차 생산도 어려워지는 거죠.”

—왜 반도체가 부족한가요.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먼저 자동차 업체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차가 예전보다 덜 팔릴 줄 알고 부품 주문을 줄였어요. 한마디로 수요 예측을 잘못한 거죠. 또 차량용 반도체는 네덜란드 엔엑스피(NXP), 독일 인피니언, 일본 르네사스 등 5개사가 전체 물량의 절반을 공급하는데요. 이 회사 공장들이 연초 한파·화재 등 재해로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고, 이 회사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전체 MCU의 70% 정도를 대신 생산하는 대만 티에스엠시(TSMC)도 가뭄으로 반도체를 못 찍어내며 공급이 크게 부족해진 거죠. 원래 MCU는 주문하고 물건을 받기까지 3∼4개월 정도 걸리는데요. 지금은 이 기간이 최장 10개월까지 늘어났다고 해요.”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가요.

“국내 업체인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물론 제너럴모터스(GM), 폴크스바겐 등 전 세계 완성차 업체 대부분이 공장 가동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고 생산량을 줄이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알릭스파트너스는 올해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세계 자동차 생산량이 390만대 줄고, 완성차 업체 매출도 1100억 달러(약 124조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연초 전망했던 것보다 생산 차질 규모를 170만대 늘려 잡은 건데요.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 가격도 오를까요.

“차량용 반도체 가격이 껑충 뛰면서 자동차 가격도 오르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소비자가 많습니다. 하지만 당장 그럴 가능성은 낮은 편입니다. 자동차 회사가 신차를 출시하면서 정해두었던 판매 가격을 다시 바꾸긴 어렵기 때문이죠. 다만 반도체 수급난이 계속 이어지면 앞으로 나올 신차나 연식 변경 모델 등의 가격엔 부품값 상승이 반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테슬라와 도요타는 괜찮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로 ‘미칠 만한 어려움’(insane difficulties)을 겪었다고 토로했죠. 다만 테슬라와 일본 도요타는 다른 완성차 업체보다 상대적으로 충격을 덜 받았다고 하는데요. 먼저 도요타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며 자동차 부품 재고를 최대 4개월 치 확보하는 쪽으로 재고 관리 정책을 바꾸고 공급망 관리를 강화한 게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테슬라는 기존 납품업체가 아닌 다른 회사가 만든 새 MCU를 공급받아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는데요. 테슬라의 경우 차종이 많지 않고 중앙 집중형 시스템을 잘 구축한 게 도움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 완성차는 각 부품에 들어가는 미니컴퓨터가 납품 업체별로 제각각이지만, 테슬라는 더 적은 수의 컴퓨터를 사용하고 처음부터 회사가 전체 시스템을 직접 설계한 덕분에 부품 대체도 쉬웠다는 겁니다.”

—수급난은 언제 해결되나요.

“시장에서는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올해 3분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당분간 신차를 살 때는 몇몇 옵션을 빼야 차를 더 빨리 받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부품 교체도 어려워지나요.

“기존 차량의 부품 수급에는 아직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합니다. 완성차 업체가 기존 출시 차량의 사후 관리용 부품 재고를 비교적 여유 있게 확보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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