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계약하면 차 받을 때까지 6개월은 기다려야 해요.”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소형 트럭인 현대차 포터와 기아 봉고 전기차 얘기다.
최대 적재량 1t인 소형 전기 트럭이 요즘 불티나게 팔린다. 인기는 숫자로 확인된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의 전기 트럭 ‘포터2 일렉트릭’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5988대가 팔려나갔다. 지난해 1∼4월 판매량에 견줘 2배 넘게 늘어난 규모다. 기아 ‘봉고3 이브이(EV)’도 같은 기간 3582대 팔렸다. 전년 동기 판매량의 3배에 이른다.
두 전기 트럭은 2019년 말과 지난해 초 각각 출시됐다. 지금까지 누적 판매 대수는 약 2만4천대로 눈에 띄는 판매 증가세를 보인다.
흔하디흔한 소형 트럭이 이처럼 잘 팔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지금 구매해야 영업용 화물차의 ‘노란색 번호판’을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서 2018년 11월부터 1.5t 이하 전기차를 사면 화물차 운송업 신규 허가를 내주는 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원래 돈 받고 물건을 나르는 화물차 운송업은 2004년부터 신규 허가를 제한하지만, 미세먼지 줄이기와 친환경 차 확대를 위해 예외를 둔 것이다. 그러다 올해 3월 국회에서 이 예외를 다시 없애는 화물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내년 4월14일 제도 폐지를 앞두고 있다.
지금 전기 트럭을 사서 내년 4월13일까지는 지방자치단체에 화물차 운송업 허가를 신청해야 노란색 번호판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올해 전기 트럭 보조금 지원이 큰 폭으로 확대되고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의한 공급난까지 맞물리며 신차 대기 시간이 길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소형 전기 트럭은 서울시 기준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 총 2400만원을 지원받아 최고 4300만원(출시가격 기준)인 포터2 일렉트릭의 경우 1900만원 미만을 주고 구매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노란색 번호판을 단 일반 화물차는 개인 간 양도와 양수가 가능하지만 전기 트럭은 불가능하다”며 “기존 운송업 허가를 받은 사람이 노란색 번호판 붙은 전기차를 증차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금 보조금 받고 미리 소형 전기 트럭을 사놓았다가 내년 4월 제도 변경 이후 권리금 수천만 원의 웃돈을 붙여 중고차를 되파는 것은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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