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원가의 1.2배
시세 수준 다름없어
수익률은 의도적으로 낮춰
경실련등 투명 공개 요구
시세 수준 다름없어
수익률은 의도적으로 낮춰
경실련등 투명 공개 요구
분양원가 부풀리기 의혹
서울시가 은평뉴타운 분양원가를 공개하면서 감정평가액으로 토지비 원가를 밝힌 사실이 드러났다. 감정평가액은 ‘시세’의 성격을 띠고 있어, 분양원가는 부풀리고 수익률은 의도적으로 실제보다 낮춰 공개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정확한 분양원가 세부내역을 공개하라는 압력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에스에이치(SH)공사(옛 서울시도시개발공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에스에이치공사는 은평뉴타운 분양원가 중 평당 토지비 항목을 감정평가액으로 발표했다. 감정평가액은 감정평가사가 위치, 용적률, 아파트 평형 등을 고려해 조성 원가에 시장가격을 반영해 결정하며, 통상 조성 원가의 1.2배 수준이다.
앞서 에스에이치공사는 감정평가액으로 처리한 토지비에 건축비(실공사비), 부가세(건축비의 10%)를 합쳐 ‘분양원가’로 계산한 뒤, 지난 13일 경영평가위원회를 열어 이 ‘원가’에 ‘수익률 5%’를 얹어 분양값을 최종 결정했다. 즉 토지비 원가를 감정평가액으로 평가해 실제 원가인 토지 조성 비용을 숨긴 것은 물론 감정평가액과 토지 조성 비용 사이의 차액인 토지조성 부문의 ‘수익’도 감춘 셈이다.
이에 대해 에스에이치공사 정인홍 고객지원본부장은 “토지조성 원가는 보상비, 택지 기반시설비, 설계비, 조사비, 등기비, 부대 경비, 용지비, 조성비, 직접 인건비 등으로 구성되는데, 은평뉴타운은 1~3지구 전체 공사를 다 마무리지어야 토지 조성 원가를 정산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감정평가액으로 원가를 대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완식 주택분양차장은 “은평뉴타운은 예상 밖의 기반시설이 추가로 설치될 수도 있어, 조성 비용이 감정평가액보다 더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투명하게 ‘원가’를 밝히지 않아, 오해나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 운동본부장은 “시민들이 요구하는 원가는 실제 토지를 조성하는 데 들어간 비용이지, 시세를 반영한 감정평가액을 ‘원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며 세부내역을 투명하게 밝힐 것을 요구했다.
게다가 서울시는 은평뉴타운 분양값을 판교 수준으로 맞추려 한 흔적도 새로 드러났다. 지난 4월7일 열린 서울시의회 도시관리위원회의 ‘뉴타운사업본부 현안업무보고 회의록’을 보면, 당시 최창식 뉴타운사업본부장(현재 제2부시장)은 뉴타운 분양 일정과 관련한 시의원의 질의에 “분양가를 산정해 (분양을) 상반기에 할 수도 있고 하반기에 할 수도 있지만 판교가 문제”라며 “판교도 중·대형은 1300만원에서 1500만원 사이가 되지 않겠나 보는데, 은평뉴타운에서 앞질러 중·대형을 (분양)하게 되면 우리가 투기를 유발시킨다는 부담이 있어 상반기에 하는 것은 큰 실익이 없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이는 서울시가 은평뉴타운의 중·대형 아파트를 판교와 비슷한 수준으로 분양값을 책정한 뒤 여론을 의식해 분양 시기를 저울질했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강남과 강북의 균형발전을 꾀한다는 뉴타운 시범지역이 결국 강남·분당을 대체하는 주거단지와 경쟁하며 분양값을 끌어올린 셈이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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