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기업들이 투기 목적으로 비업무용 부동산을 대거 보유하던 시절은 지나갔지만 부동산 관련 사업에 대한 선호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 일가가 관련 업체의 지배주주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직접 운영을 하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
9일 금융감독원의 공시자료를 보면, 부동산 임대업을 하고 있는 한진그룹 계열의 정석기업은 지난해 매출 규모는 267억원이지만 서울 소공동 해운센터빌딩 등을 소유하며 자산 가치가 그 10배를 넘는 알짜기업이다. 이 회사는 한진에서 대한항공으로 이어지는 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출발점으로, 조양호 회장 형제간에 법정 다툼이 벌어진 곳이다. 현재 조 회장이 최대주주로 25% 지분을 갖고 있으며, 조 회장이 대주주인 대한항공이 24%로 2대 주주에 올라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의 골프장 및 콘도 운영업체인 해비치리조트는 기아차가 40%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지만 정몽구 회장의 부인을 비롯한 친족들이 2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정 회장의 부인 이정화씨는 이 회사의 대표이사직도 맡고 있다. 에스케이그룹 계열로 부동산 사업과 인테리어 사업을 맡고 있는 아페론은 최창원 에스케이케미칼 부사장이 지분 70%를 갖고 있다.
레저사업과 부동산업 등이 목적인 삼성에버랜드의 1대 주주는 삼성카드(25%)지만 이건희 회장과 그의 자녀들이 보유한 지분을 모두 합치면 45%로 전체 지분의 절반에 이른다.
‘장하성 펀드’의 첫 표적이 된 태광그룹에서 부동산자산을 관리하는 태광리얼코의 경우 지난 2월 이뤄진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이호진 회장의 아들이 49% 지분을 확보하면서 아버지와 함께 회사 지분 전부를 쥐고 있다. 이 회장의 아들은 태광의 또다른 부동산사업 관련 계열사인 동림관광개발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엘지그룹도 부동산 관리 등을 하고 있는 서브원을 계열로 두고 있다. 지주회사인 ㈜엘지가 100%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엘지의 대주주인 구본무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연합뉴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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