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거래 원천무효” 전매 묶인 분양권…뛰는 단속반, 나는 투기꾼
최근 ‘아파트 분양권 처분 금지 가처분’ 제도를 악용한 신종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신종 수법은 전매가 금지된 분양권을 불법으로 매입한 부동산 투기자가 분양권을 매도한 원소유자를 상대로 분양권을 제3자에게 매도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 분양권에 대한 법적 소유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투기 조사권이 없는 법원으로서는 분양권 불법 매입자가 매매계약서와 영수증 같은 증빙서류를 첨부해 가처분 신청을 내면 거의 예외없이 신청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새로운 분양권 투기 수단으로 떠오른 것이다. 한 예로,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김아무개(58)씨는 지난해 2월부터 올 10월까지 거래가 금지된 원주민 이주 대책용 아파트 입주권 12장을 자신(4장)과 부인(6장), 자녀(2장) 이름으로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소득세와 증여세를 탈루했으며, 사들인 분양권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분양권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악용했다. 김남문 국세청 부동산납세관리국장은 31일 “최근 가처분 신청이 늘고 있어 그 동향을 파악하다 보니, 부동산 투기 혐의자들이 가처분 신청을 활용해 분양권을 불법 전매해 온 사실이 무더기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10월 한달 동안 조사를 벌였는데, △은평 뉴타운 70건 △마포 상암지구 189건 △송파 장지지구 121건 △강서 발산지구 81건 등 분양권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악용한 불법 거래를 모두 655건 적발했다. 또 이 가운데 두건 이상 불법거래를 한 혐의가 짙은 74명과 중개업자 12명 등 86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김 국장은 “분양권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법적 권리는 보호받을 수 있더라도, 분양권 거래 자체가 불법이라면 그 거래는 원천무효가 된다”며 “이번 세무조사에서 제외된 한건의 불법 거래 혐의자에 대해서도 추후 조처에 나설 계획”이라 말했다. 국세청은 또 이날부터 인천 검단과 파주 운정지구 등 새도시 건설 예정 지역의 부동산 투기에 대해서도 현장 단속에 들어갔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가처분 신청을 악용한 분양권 불법 거래 외에 △‘이중 계약서’ 작성 등 실거래가 허위 신고 △가등기와 근저당 설정 등을 이용한 변칙 거래 △제3자 명의의 위장 취득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다주택자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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