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투기꾼 384명 세무조사 나서
이미 강남 지역의 50평형 아파트를 소유한 의사 김아무개(56)씨는 2003년 5월 거주할 목적 없이 26평형 아파트 1채를 4억1500만원에 분양받았다. 이어 김씨는 그해 6월 특별한 소득이 없는 아내 명의로 분양권(4억5천만원)을 불법 취득한 뒤 지난해 12월 6억7천만원에 전매했다. 김씨는 양도소득세와 증여세를 추징당했을 뿐 아니라 분양권 전매 제한 위반 사실이 관계기관에 통보됐다.
국세청은 김씨처럼 이미 아파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격이 오르는 지역에서 거래가 금지된 분양권을 불법 거래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투기에 나선 384명을 골라 15일부터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자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가격 급등 지역의 아파트를 취득한 사람 가운데 3주택 이상을 보유하는 등 세금 탈루 혐의가 짙은 281명 △분양권 처분 금지 가처분신청 같은 편법을 통해 아파트나 분양권을 사들인 68명 △이미 한차례 자금출처 조사를 받은 뒤에도 가격 급등 지역의 아파트를 추가로 사들인 8명 △투기 조장 혐의가 있는 부동산 중개업자 27명 등이다.
국세청은 이들이 투기를 벌인 지역은 서울의 강남·서초·송파·양천·용산·영등포를 비롯해 경기도 과천·군포·분당·성남 수정·수원 영통·용인·평촌 및 일산 동·서구 등 15개 시군구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사기나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세금을 포탈한 사람들에게는 조세범처벌법을 엄격하게 적용할 뿐 아니라, 한도 이상으로 주택 담보대출을 받았거나 부당 대출 혐의가 짙은 사람들은 금융감독원에 통보할 방침이다.
한상률 국세청 차장은 “조사 대상자들의 2001년 이후 모든 부동산 거래 내역 및 재산 변동 상황을 철저히 조사해 세금 탈루 여부를 가리겠다”며 “조사 과정에서 취득 자금과 관련해 투기 혐의자의 사업장이나 기업에서도 혐의가 드러나면 함께 조사할 것”이라 말했다.
한 차장은 다만 “서민들의 주택 대체 취득이나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과 같은 정상적 부동산 거래에 대해서는 세무상 간섭을 배제할 것”이라 덧붙였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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