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부족 전세값 들썩이며 매매값 밀어올릴 것
분양값 인하·부동자금 흡수 못하면 백약이 무효
분양값 인하·부동자금 흡수 못하면 백약이 무효
수도권 새도시 공급 물량 확대와 공공택지 주택 분양값 인하, 주택 담보대출 규제를 핵심으로 하는 ‘11·15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이 불붙은 집값을 잡을 소방수 노릇을 할 수 있을까? 아직 내집을 마련하지 못한 서민들은 집값 하락을 기대해 조금 더 기다려야 하나, 아니면 지금이라도 추격매수에 나서야 하나?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5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지금 무리하게 대출받아 집 사면 위험하다”며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좀더 냉정하고 여유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집값 안정 가능성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한겨레〉가 16일 10명의 부동산 전문가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8명이 내년에도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 나올 공급 물량 자체가 부족한데다, 대통령 선거 등 집값 불안 요인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전망의 근거다. 또 올해 가을 이후 집값 급등의 도화선이 됐던 전세값 상승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고종완 알이멤버스 대표는 “다소 조정 가능성은 있겠지만, 경기 부양책 등 기대감을 타고 내년에 집값이 상승할 것 같다”며 “전세 시장도 단기적으로 수급 불안을 해소할 요인이 없는 만큼 내년 2~3월께 다시 들썩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원은 “12월 말부터 방학에 맞춰 전세 수요가 늘면서 전세값이 뛸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게 매매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며 “거래 가능 물량 자체도 적어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단도직입적으로 “지금 집을 사라”고 권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았다. 양해근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정부 대책이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며 “3~4년 정도 기다릴 수 없는 실수요자라면 지금 집을 구입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박상언 유엔알 사장도 “단기적으로 매물을 쏟아내게 하는 충격 요법이 빠졌고,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큰 효력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저평가 지역 주택 매입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은 “내년부터는 오를 만한 곳만 오르는 차별화 현상이 다시 두드러질 것”이라며 “중대형이나 인기 지역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연말께 집값이 주춤해질 때 매입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공급 확대의 영향으로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특히 수도권 새도시 입주 시점에는 공급 과잉으로 집값이 급락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백준 제이앤케이 대표는 “지금도 1가구 다주택자 같은 투기 수요를 제대로 규제하지 못하면서 공급만 늘린다면 자칫 장기적으로 집값 버블 붕괴와 아이엠에프 환란에 버금가는 경제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집값 안정을 위한 추가 대책과 관련해서 전문가들은 △민간 아파트 분양값 공개·인하 △재건축·세제 등 규제 완화 △시중 부동자금 흡수 △주택 담보대출 규제 강화 △중산층을 위한 도심 임대주택 활성화 등을 주문했다. 백준 대표는 “민간 아파트 분양값 규제를 포함해 분양값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방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시중에 과도하게 풀린 돈을 거둬들이지 못한다면 어떤 대책을 내놔도 문제가 생긴다”며 “정부는 효과가 분명하고 명백한 정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재건축 규제 완화와 세금 경감이 빠져 아쉽다”며 “두 가지를 그대로 묶어둔 채 대책을 내놓으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아 부연구원은 “지금은 ‘정책 버블’ 상황”이라며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모두 관여하려고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타깃을 설정하라”고 주문했다. 김수헌 석진환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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