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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신고 90%넘어” 종부세저항 왜 불발했나?

등록 2006-12-17 18:41수정 2006-12-18 09:24

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종부세 관련 ‘조세저항 국민운동’ 발족 기자회견에서 라이트 코리아의  강승규(가운데), 봉태홍(오른쪽) 공동대표가 성명서를 읽고 있다. 이정국 기자.
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종부세 관련 ‘조세저항 국민운동’ 발족 기자회견에서 라이트 코리아의 강승규(가운데), 봉태홍(오른쪽) 공동대표가 성명서를 읽고 있다. 이정국 기자.
보수언론·한나라 ‘세금폭탄’ 공격불구 ‘태산명동서일필’
2006년 세밑, 대한민국엔 두 종류의 ‘공개적’ 조세저항이 있었다. 지난 15일 자진납부 신고가 마감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대상자들의 저항과, 세원노출 우려 때문에 국세청에 연말정산용 증빙서류 제출을 거부하던 의료기관들도 저항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두 분야는 애초 강도높은 반발이 예상됐다.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일간신문들은 종부세 신고·납부를 앞두고 줄기차게 ‘세금폭탄’론을 외쳐왔다. 종부세에 대한 납세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지면에서는 ‘한국에는 6억원 이상 지닌 죄’가 있고 ‘달랑 집 한채 가진 사람’의 ‘억울한 납세 사연’을 소개해왔다. ‘세금폭탄’론에는 한나라당도 마찬가지 태도였다. 한나라당은 지난달만 해도, 조세개혁특위가 “종부세 기준 9억원으로 상향 조정 추진”을 공언했다.

하지만 정작 마감일을 지나고 뚜껑이 열리자 별다른 진통없는 ‘찻잔 속 태풍’이 되고 말았다. 종부세 자진신고율은 90%가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의료기관들도 결국 80% 정도가 연말정산용 서류제출에 동참했다. 두 분야의 저항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국세청도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며 안도하는 표정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강도높은 반발을 예고하며 신경전을 벌여왔던 이들은 왜 저항 대열에서 이탈한 것일까?

종부세 부자들의 실리적 판단 “종부세 거부해도 실익없다, 일단 내고 지켜보자”

“종부세 대상자는 사회적 지위도 있고 영리한 사람들이다. 아파트 차원의 반발에 동참할 순 있어도 개인은 결코 법 테두리를 벗어나는 어리석은 판단을 하지 않는다.”

서울 삼성동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장광석 세무사의 말이다. 그는 “수많은 고객들을 상담했지만, 대부분이 일단 종부세를 내는 것을 전제로 상담을 신청했다”고 했다. “상담 때도 낼지 말지 여부가 아니라, 종부세 계산이 복잡하기 때문에 신고 금액이 정확하게 계산됐는지, 또 위헌 논란이 있는데 앞으로 구제받으려면 어떤 게 더 유리한지 등이 주된 관심사였다”고 전했다.

국세청 “조세범 처벌” “자신신고하면 이의신청때도 실익” 강온 작전 병행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양아파트의 한 주민이 우체국 직원이 내미는 종합부동산세 납부 안내서의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 종부세 대상자는 다음달 1일부터 15일까지 자진 신고납부해야 하며 이 기간에 납부할 경우 3%의 공제혜택이 주어지며, 내년 2월 말까지 세금을 내지 않으면 3%의 가산금이 붙게 된다. 하지만 서울 강남과 경기도 분당 등지의 일부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납세거부와 위헌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양아파트의 한 주민이 우체국 직원이 내미는 종합부동산세 납부 안내서의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 종부세 대상자는 다음달 1일부터 15일까지 자진 신고납부해야 하며 이 기간에 납부할 경우 3%의 공제혜택이 주어지며, 내년 2월 말까지 세금을 내지 않으면 3%의 가산금이 붙게 된다. 하지만 서울 강남과 경기도 분당 등지의 일부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납세거부와 위헌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국세청의 강경한 태도와 적극적인 홍보도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전군표 국세청장은 직접 나서 “납세 거부 선동에 대해서는 조세범처벌법 등에 따라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경고를 하는 한편으로, 물밑으로는 어떤 경우라도 자진 신고를 하는 게 실익에 도움이 된다는 설득작업도 병행했다. 신고를 하지 않으면 3개월 안에 이의신청을 해야 하지만, 일단 신고하면 이의신청 기간이 3년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판단 등을 충분히 지켜볼 수 있다는 게 주된 설득 내용이었다.

직원들도 총출동했다. 설득작업에 나선 직원들은 처음엔 애를 먹었다고 한다. 종부세 대상자들이 일부 언론이나 변호사들을 통해 ‘신고하면 구제 못받는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관할의 한 세무서 직원은 “자진신고하면 세금 3%를 깎아준다는 말에는 ‘콧방귀’도 안뀌더니, 앞으로 위헌이 나더라도 지금 신고해야 구제 받기가 유리하다고 하니 그때서야 고개를 끄덕이더라”고 전했다. 이 직원은 “납세자한테 설명전화만 150통이 넘게 했다”고 한다.

한나라당이 종부세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되돌리려는 방침을 철회한 게, 이들의 반발 심리를 억눌렀다는 분석도 있다. 도곡동 ㅂ공인 정아무개 사장은 “한나라당이 나서서 종부세 기준을 조정할 거란 기대가 사라지면서, 내년에 크게 늘어나는 종부세를 심각한 현실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다”며 “이미 올해 종부세는 반발하고 말고 하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벌써부터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어떻게 될지 예상하는 이들도 나오기 시작한다. 지난 15일 서울행정법원이 종부세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기각하긴 했지만, 일부 납세자들은 직접 헌재의 판단을 구하는 헌법소원 등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든 한 번은 헌법재판소를 거쳐야 비로소 논란이 끝난다는 이야기다.

국세청, 의료기관 반발은 협회 차원 아닌 ‘각개격파’로 대응

국세청은 연말정산 서류제출과 관련해 의료단체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자, 아예 개별 의료기관들을 설득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각급 세무서별로 관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안내장을 돌렸고,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세무조사 1순위가 된다는 압박도 잊지 않았다. 세무대리인 간담회, 원무과 사무장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열었고, 필요하면 직원들이 개별 의료기관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했다.

서울 광진구에서 약국을 하는 ㄱ씨는 “협회 방침대로 자료제출을 미루고 있었는데, 국세청 직원이 4번이나 찾아왔더라”고 털어놨다. 그는 “왜 자료를 안내는지, 또 언제까지 자료를 낼 수 있는지 등을 적는 일종의 각서를 쓰기도 했다”면서 “결국 협회 쪽에서도 ‘타켓이 약사가 아니라 의사들의 비과세 자료인 것 같다’면서 자료 제출을 설득하더라”고 전했다. 서울 양천구에서 의원을 하는 ㄴ씨도 “의협 차원에서 내지말라고 이런저런 회피 방법을 알려줬지만, 막상 세무서 직원들이 찾아오고 이런저런 압박을 느끼다보니 내지 않을 수 없더라”고 말했다.

물론, 80% 수준에 그친 의료기관 서류 제출 비율은 납세자들의 입장에서 못마땅한 수치일 수 있다. 의료기관이 신고한 서류가 완벽하지 않을 뿐더러, 하나하나 확인하고 빠진 데를 찾아 직접 서류를 챙기는 게 매우 번거롭기 때문이다. 국세청도 이런 납세자들의 불편을 인정하고 있다.

‘연말정산 서류 제출’은 일거양득 “연말정산 간소화” “의료기관 세원 파악 도움”

하지만 내부적인 평가는 다르다. 과거 ‘힘있는’ 의료기관의 저항이 어땠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시행 첫 해에 이 정도면 상당한 성과라고 만족해하는 분위기다. 연말정산 절차 간소화 뿐 아니라, 고소득 자영업자의 대표격인 의료기관의 세원을 파악하는 데 디딤돌을 놓았기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보철(치과)이나 성형, 보약 등도 시범적으로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된다. 세원파악에 목마른 국세청엔 더 없이 좋은 기회인 셈이다.

한편에선 “국세청이 너무 무리하게 밀어붙인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일부 소규모 의료기관에서는 “국세청이 지난 9월께 갑자기 제출방침을 통보해 도저히 자료정리할 시간이 없었다”는 볼멘 소리도 나왔다. 연말정산 서류 제출 거부의 명분으로 의료기관들이 내세우고 있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도 쉽게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세무학회장)는 “증빙서류에 비뇨기과의원이나 정신병원·산부인과의원 등은 병원 실명이 공개되지 않도록 하고, 날짜와 이용금액만 표시하는 방법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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