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지정 기간 개시일 아닌 종료일’이 정답
날짜 넘긴 뒤 잔금 내도 과세…종부세는 해당 없어
날짜 넘긴 뒤 잔금 내도 과세…종부세는 해당 없어
재산세 과세 기준일인 6월1일 이전에 입주가 시작되는 새 아파트의 재산세 납부를 둘러싸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일부 입주자들이 재산세를 내지 않으려 입주 지정일을 넘기면서까지 잔금 납부 시기를 미루는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6월1일 이전에 입주 지정일이 정해진 경우에는 계약자들이 입주를 6월2일 이후로 미뤄도 재산세를 내야 한다. 다만, 이 경우 종합부동산세는 내지 않게 된다.
현행 지방세법(182조)은 ‘과세 기준일(6월1일) 현재 재산을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자는 재산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소유한다는 것은 소유권 이전등기를 하지 않았더라도 잔금을 치른 경우를 뜻한다. 이 때문에 이달 중 입주 예정인 전국 2만여가구의 아파트 집주인들은 재산세를 피하기 위해 일단 6월2일 이후로 잔금 납부를 늦추는 사례가 많다.
만일 입주 지정일이 5월15일부터 6월17일까지라면 계약자가 6월2일부터 6월17일 사이에 잔금을 내고 입주할 경우 재산세는 내지 않게 된다. 이 경우에는 6월1일 현재 소유권을 갖고 있는 건설사가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입주 지정일이 6월1일 이전으로 잡혀 있는데도 계약자가 6월2일 이후로 잔금을 미루는 경우는 사정이 달라진다. 이때는 일단 재산세가 건설사에 부과되지만 건설사가 ‘선 납부 후 정산’ 방식으로 재산세를 계약자에게 부담하도록 조처할 수 있다.
건설사가 계약자에게 재산세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02년 승인한 아파트 표준약관(공급계약서)에 따른 것이다. 이 약관 11조(제세공과금 부담)는 ‘입주 지정일 이후 발생하는 제세공과금은 입주 및 잔금 완납이나 소유권 이전 유무에 관계없이 을(입주자)이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단서 조항으로 ‘이행지체로 인해 발생한 공급자의 손해는 을이 부담한다’고 명시돼 있다. 계약자가 입주 지정일을 지키지 않아 건설사가 재산세를 부과받는 손해가 발생한다면, 이 손해는 계약자가 부담한다는 약정이 돼 있는 셈이다. 이는 민법상 계약 이행의 신의성실 원칙에 따른 것이다.
다만, 최근 일부 건설사가 입주 개시일이 이달부터 시작됐다는 이유로 6월2일 이후 잔금을 납부하는 계약자한테까지 재산세를 물리겠다고 통보한 것은 착오로 보인다. 6월2일 이후로 잡혀 있는 입주 지정일까지 입주할 경우 계약을 정상적으로 이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입주 지정일은 입주 개시일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입주 지정 종료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재산세와 달리 종합부동산세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6월1일까지 입주자가 잔금을 내지 않을 때는 미분양 주택으로 간주돼 입주 예정자나 건설사 어느쪽도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이 경우에는 잔금 납부 지연에 따른 계약자의 연체료가 발생할 뿐이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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