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파트 전세 가격 변동률 추이
수도권지역 소형 평수 500만~1000만원 올라
서울 대치·중계 ‘인기 학군지역’ 내림세 대조적
서울 대치·중계 ‘인기 학군지역’ 내림세 대조적
서울·수도권 전셋값이 전통적인 학군 인기 지역은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반면, 외곽 지역은 전세 물량이 부족해 값이 오르고 있다. 방학을 맞았는데도 학군 수요는 줄어들고 있는 데 반해, 9월 ‘분양값 상한제’와 ‘청약 가점제’ 도입을 앞두고 주택 구입 시점을 미룬 무주택자들이 소형 평수의 전세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의 조사를 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서울의 학군 인기 지역 전셋값은 양천구 목동만 0.05%로 소폭 올랐을 뿐, 노원구 중계동(-0.44%)과 강남구 대치동(-0.14%)은 하락했다. 보통 대치동·목동·중계동 등 학군 인기 지역의 전세 시장은 여름 방학과 함께 전학 수요 탓에 전세값이 강세를 보여왔으나, 올해는 이런 ‘방학 특수’가 거의 실종됐다.
실제로 대치동 삼성래미안 86㎡(26평형)의 전세값은 2억7천만~3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250만원 정도 하락했고, 대치동 국제 105.78㎡(32평형)는 3억3천만원으로 1500만원 떨어졌다. 중계동에서는 건영3차 105.78㎡(32평형)의 전셋값이 2억2천만원, 극동미라주1차 109.09㎡(33평형)는 1억9500만원으로 6월 말보다 각각 1500만원과 250만원 하락했다. 학군 인기 지역의 전세값 약세는 대학 입시에 내신성적 반영 비율이 높아지고 광역학군제 도입이 추진되는 등 입시 제도의 변화에 따라, 인기 학군으로 옮겨가려는 수요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부동산업계는 본다.
그러나 학군 인기 지역과는 대조적으로 서울 외곽과 수도권 지역에서는 소형 평수를 중심으로 아파트 전셋값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구리시 인창동 건영아파트 82.64㎡(25평형)은 지난달까지 8천만~9천만원이던 전셋값이 이달 들어 9천만~1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고양시 화정동 옥빛마을 부영14단지 69.42㎡(21평형)도 한달 전까지 8천만~8500만원이던 전셋값이 최근 들어 8500만~9천만원으로 500만원 정도 올랐다. 특히 고양시 일대의 경우 소평 평수의 매물들은 많이 나와 있지만 전세 물건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화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 주인들이 팔아달라는 매물은 넘치지만 매수 희망자는 없고, 대신 전세를 찾는 사람들만 늘고 있다”며 “매물로 내놓은 아파트가 팔리지 않자,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기 위해 할 수 없이 새로 전세 계약을 체결하는 집 주인들도 여럿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도권 지역에서 중소형 아파트 매물은 증가하는 반면 전세 물량이 귀해진 것은 분양값 상한제와 청약 가점제 등 분양 시장 여건 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주택 보유자가 되면 청약 가점제에서 절대 불리해지기 때문에 신혼부부들을 중심으로 주택을 사지 않고 전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는 이런 전세 선호 현상이 파주·김포·광교·송파·양주 새도시 등 이른바 ‘2기 새도시’ 주택 공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2008~2009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이달 들어 19일까지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의 신규 전세자금 보증 규모가 682억55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36억4900만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전세 수요가 늘어나면서 금융회사에서 전세자금을 대출받으려는 수요도 그만큼 늘고 있다는 얘기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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