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가격지수 추이
시장심리학자 실러 교수 분석
주택가격 하락세, 5~10년 지속될 위기의 시작
‘거품의 끝’서 불안심리 커지고 혼란 이어질 것 “서브프라임 위기는 거품이 낳은 극히 사소한 결과일 뿐이다.” 현재 미국 경제가 직면한 상황은 1997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시장 호황의 ‘일시적 조정’이 아니라, 앞으로 5~10년에 걸쳐 거품이 빠지는 ‘위기의 시작’일 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역사를 되돌아 볼 때, 각 시기마다 크고 작은 거품을 낳은 근본 원인은 비이성적인 ‘투기 심리’인데, 2000년대의 호황을 이끌어온 투기 심리 자체가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는 게 그 이유다. ■ 지금 상황은 위기의 초기 단계 =‘시장 심리학’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지난 30일(현지 시각)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실린 인터뷰에서 서브프라임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문제는 인간 심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들어 주택시장이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투기적으로 변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도 투기 심리에 따른 거품의 한 측면이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혼란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라고 밝혔다. 그는 ‘닷컴 열풍’이 정점에 달했던 2000년 3월 발표한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책에서 당시 미국 증시의 이상 과열과 이로 인한 주가 폭락을 정확히 예견해 명성을 얻었다.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특히 97년부터 시작돼 최근까지 이어져온 부동산 시장 호황은 거품의 정도가 이전보다 훨씬 심하다는 게 실러 교수의 판단이다. 그는 앞서 지난 6월 발표한 ‘부동산 경기의 전환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는 1880년대, 1920년대 그리고 1980년대에 투기 심리가 달아오르면서 호황을 겪었지만, 모두 그 뒤 몇 년에 걸쳐 경기 둔화를 피할 수 없었다”면서 “1880년대엔 캘리포니아, 1920년대엔 플로리다 등 과거 거품은 당시 개발이 한창이던 특정 지역과 일부 계층을 중심으로 생겨났던 반면, 2000년대의 거품은 미국 전역, 그리고 대부분의 계층에 걸쳐 형성됐기 때문에 앞으로 그 파장이 훨씬 더 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실제로, 1980년대 부동산 경기가 정점에 달했던 87년 당시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4.9%였던 데 반해, 2006년 말 현재 그 비중은 6.2%로 높아졌다. 1950년대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이 때문에 실러 교수는 “지금까지 주택 가격이 그렇게 많이 떨어진 것이 아니다”라며 “현재의 상황은 아직 많은 일이 일어나지 않은 위기의 초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3월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도 “앞으로 5~10년 사이 미국의 주택 가격이 10~30%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 부동산 경기 둔화 지표 속속 나와 =미국 부동산 경기 둔화 속도가 심상찮다는 징후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모기지은행연합회가 30일 발표한 통계를 보면, 1년 만기 모기지 변동금리가 6.51%로, 일주일 사이 0.67%포인트나 급등했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96년 이래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그만큼 부동산 경기 둔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7월 중 신규 주택 착공 건수는 138만채로, 10년 이래 가장 적었다. 지난해 7월에 견주면 하락 폭이 20.9%나 됐다.
미국의 주택 경기를 가늠하는 대표적 잣대인 ‘케이스-실러 주택 가격 지수’는 지난해 여름을 고비로 하락세로 돌아선 뒤 올해는 하락 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 7월 말 현재 10대 도시의 주택가격지수는 지난해 같은달에 견줘 1~7% 가량 낮아졌다. 특히 그동안 부동산 경기를 이끌었던 서부(-5~-7%)와 플로리다(-4.8%)의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다만, 연말을 고비로 미국 부동산 경기 둔화 속도가 차츰 완만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고유선 대우증권 거시경제팀장은 “굳이 서브프라임 사태가 아니었더라도 미국 부동산 경기는 조정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면서 “우리의 카드 사태 때처럼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여 올해 연말을 고비로 하락세는 조금씩 주춤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거품의 끝’서 불안심리 커지고 혼란 이어질 것 “서브프라임 위기는 거품이 낳은 극히 사소한 결과일 뿐이다.” 현재 미국 경제가 직면한 상황은 1997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시장 호황의 ‘일시적 조정’이 아니라, 앞으로 5~10년에 걸쳐 거품이 빠지는 ‘위기의 시작’일 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역사를 되돌아 볼 때, 각 시기마다 크고 작은 거품을 낳은 근본 원인은 비이성적인 ‘투기 심리’인데, 2000년대의 호황을 이끌어온 투기 심리 자체가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는 게 그 이유다. ■ 지금 상황은 위기의 초기 단계 =‘시장 심리학’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지난 30일(현지 시각)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실린 인터뷰에서 서브프라임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문제는 인간 심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들어 주택시장이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투기적으로 변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도 투기 심리에 따른 거품의 한 측면이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혼란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라고 밝혔다. 그는 ‘닷컴 열풍’이 정점에 달했던 2000년 3월 발표한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책에서 당시 미국 증시의 이상 과열과 이로 인한 주가 폭락을 정확히 예견해 명성을 얻었다.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특히 97년부터 시작돼 최근까지 이어져온 부동산 시장 호황은 거품의 정도가 이전보다 훨씬 심하다는 게 실러 교수의 판단이다. 그는 앞서 지난 6월 발표한 ‘부동산 경기의 전환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는 1880년대, 1920년대 그리고 1980년대에 투기 심리가 달아오르면서 호황을 겪었지만, 모두 그 뒤 몇 년에 걸쳐 경기 둔화를 피할 수 없었다”면서 “1880년대엔 캘리포니아, 1920년대엔 플로리다 등 과거 거품은 당시 개발이 한창이던 특정 지역과 일부 계층을 중심으로 생겨났던 반면, 2000년대의 거품은 미국 전역, 그리고 대부분의 계층에 걸쳐 형성됐기 때문에 앞으로 그 파장이 훨씬 더 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실제로, 1980년대 부동산 경기가 정점에 달했던 87년 당시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4.9%였던 데 반해, 2006년 말 현재 그 비중은 6.2%로 높아졌다. 1950년대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이 때문에 실러 교수는 “지금까지 주택 가격이 그렇게 많이 떨어진 것이 아니다”라며 “현재의 상황은 아직 많은 일이 일어나지 않은 위기의 초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3월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도 “앞으로 5~10년 사이 미국의 주택 가격이 10~30%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 부동산 경기 둔화 지표 속속 나와 =미국 부동산 경기 둔화 속도가 심상찮다는 징후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모기지은행연합회가 30일 발표한 통계를 보면, 1년 만기 모기지 변동금리가 6.51%로, 일주일 사이 0.67%포인트나 급등했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96년 이래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그만큼 부동산 경기 둔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7월 중 신규 주택 착공 건수는 138만채로, 10년 이래 가장 적었다. 지난해 7월에 견주면 하락 폭이 20.9%나 됐다.
미국의 주택 경기를 가늠하는 대표적 잣대인 ‘케이스-실러 주택 가격 지수’는 지난해 여름을 고비로 하락세로 돌아선 뒤 올해는 하락 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 7월 말 현재 10대 도시의 주택가격지수는 지난해 같은달에 견줘 1~7% 가량 낮아졌다. 특히 그동안 부동산 경기를 이끌었던 서부(-5~-7%)와 플로리다(-4.8%)의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다만, 연말을 고비로 미국 부동산 경기 둔화 속도가 차츰 완만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고유선 대우증권 거시경제팀장은 “굳이 서브프라임 사태가 아니었더라도 미국 부동산 경기는 조정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면서 “우리의 카드 사태 때처럼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여 올해 연말을 고비로 하락세는 조금씩 주춤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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