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도시개발 사업지구의 아파트 크기
업체들, ‘돈 안되는’ 소형 외면해 집값상승 우려
소형 60% 의무규정도 ‘환지방식’ 예외로 힘못써
소형 60% 의무규정도 ‘환지방식’ 예외로 힘못써
최근 대규모 분양이 잇따르고 있는 수도권 민간 도시개발사업지구에서 중대형 평수의 아파트만 지어지고 있다. 도시개발사업이란 민간 업체가 도로와 학교 등 기반시설을 갖춘 대규모 주택 단지를 체계적으로 개발하도록 용도 변경 등 혜택을 주는 제도인데, 업체들이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소형 아파트 건설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무주택 서민들에게 필요한 소형 아파트가 건설되지 않으면 집값이 상승하는 부작용이 일어난다.
27일 경기도와 주택업계에 확인한 결과, 최근 사업 승인을 받고 분양이 임박한 수도권의 대규모 민간 도시개발사업지구에서 건설업체들마다 ‘고급’이나 ‘명품’ 단지를 내세우면서 대표 평수를 40~60평대로 채우고 20평대는 아예 짓지 않고 있다. 다음달 초 지에스건설과 벽산건설이 분양할 예정인 고양시 식사지구 ‘위시티’가 대표적인 사례다. 위시티는 7211가구의 크기가 112~307㎡(32~90평)이며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면적 85㎡ 이하는 전체의 5%인 347가구에 불과하다. 총 123만㎡(37만평)에 이르는 ‘미니 새도시급’ 인데도 중소형 아파트의 비율이 지나치게 낮고, 특히 20평대 소형 아파트는 단 한채도 없다. 인근 고양시 덕이지구 ‘하이파크시티’(66만㎡)도 신동아건설이 20평대 없이 113~348㎡(34~105평형)로 이뤄진 3316가구를 다음달 분양한다. 김포시 걸포지구에서 분양 중인 오스타·파라곤 1636가구(34~75평형), 다음달 용인 신봉지구에서 분양될 예정인 신봉자이·동일하이빌·신봉센트레빌 2999가구(32~61평형)도 모두 중대형으로만 이뤄져 있다.
이처럼 수도권 도시개발사업지구가 중대형 단지로 획일화하고 있는 것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만 신경 쓰고 서민층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정책적 배려에는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건설교통부 도시개발사업 업무 지침은 개발 면적이 10만㎡ 이상인 도시개발사업은 민간이 시행하더라도 전체의 60% 이상은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주택(전용 60㎡ 이하 및 임대주택 포함)을 짓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단서 조항으로 사업 시행자가 해당 지역을 개발한 뒤 원주민인 토지 소유자에게 상가 용지나 단독주택 용지 등을 돌려주는 ‘환지 방식’ 사업인 경우 예외를 두었다. 고양시 식사지구를 비롯해 수도권에서 추진 중인 대부분의 도시개발사업지구가 환지 방식 사업이어서 소형 평수 건설 의무를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지침이 그렇다고 해도 도시개발사업 구역 지정권을 갖고 있는 도지사나 시장이 사업 계획을 승인할 때 소형 평수가 포함되도록 할 수 있는데도, 그런 사례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도시개발사업지구에서 소형 평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면 인근 소형 아파트값이 상승하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고 지적한다. 김규정 부동산114 팀장은 “도시개발사업이 한창인 고양시의 경우 공급이 많은 중대형 아파트값은 약세를 보이겠지만 20평대 소형 아파트값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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