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으로 바꾸고 분양시기 미루고…
분양시장 성수기인 3월이 왔지만 많은 건설업체들이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찬바람이 부는 시장에서 섣불리 분양에 들어갔다가는 자칫 무더기로 미분양을 안게 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애초 계획된 중대형을 중소형 규모로 바꾸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규제완화 심리가 뚜렷해질 것으로 기대되는 4월 총선 이후로 분양 시기를 미루는 업체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 파주시에 아파트 분양을 준비 중인 한 건설사는 애초 66~165㎡대로 계획했던 이 아파트의 전용 85㎡ 이하 중소형 비율을 50~60%에서 90%대로 대폭 늘리고 중대형은 10% 미만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수도권 분양시장에서 중대형은 청약률이 저조하지만 실수요층이 탄탄한 중소형은 선전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말 분양을 시작한 경기 고양 식사지구의 ‘위시티 자이’도 시행사가 중대형을 중소형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아파트는 전체 4507가구 중 536가구를 제외한 88%가 중대형이고, 분양값도 3.3㎡당 1500만원이 넘는 고가여서 고전하고 있다. 시공사인 지에스건설은 “시행사가 수요층이 두터운 중소형으로 변경하는 게 낫다고 보고 인허가 문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예 4월 이후로 분양을 연기하는 회사도 있다. 4월9일 총선 이후 새 정부가 본격적으로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면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하려던 동일하이빌은 애초 이달 7일 본보기집을 열려 했으나 4월 중순 이후로 미뤘다. 뚝섬 등 고가 주상복합아파트 판매 동향을 지켜보고 정부의 규제 완화도 기다려보겠다는 뜻이다. 대우건설도 경기 시흥시 신천5차 푸르지오 434가구의 분양을 3월에서 일단 5월로 연기했다. 회사 쪽은 총선 이후 시장 분위기를 봐가며 분양 일정을 잡을 방침이다.
정부가 올 상반기 안에 지방 공공택지에 짓는 아파트의 전매 제한 기간을 완화해줄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방 건설사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대림산업은 이달로 잡혀 있던 광주 광천지구(1096가구)와 울산 유곡동(650가구)의 분양을 총선이 끝나는 4월 이후로 미뤘지만 분위기에 따라 추가 연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견 건설사인 한양도 연초부터 계획했던 천안 청수지구에 짓는 중소형 아파트의 분양을 5월 이후로 넘겼다. 한양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대상으로 전매제한이 5년인데 정부가 기간을 완화해준다면 분양률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시장 상황을 봐가며 청약을 받겠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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