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 등 재건축 후보지 매물 일시에 회수
이명박 대통령이 9일 저녁 ‘대통령과의 대화-질문 있습니다’에서 도심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또다시 강조하고 나서면서 주택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청와대와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10일 전날의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당장은 아니지만, 소형·임대주택 건립 의무 비율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를 한데 묶어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8·21 부동산 종합대책’에서 확정한 △후분양제 폐지 △안전진단 간소화 △시공사 선정 조기화 △분양값 상한제 완화 등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외에 추가적인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비친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 개포동 주공, 대치동 은마 등 재건축 후보지에선 집값 상승 기대감이 퍼지면서 매물이 일시에 회수되는 등 불안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대통령의 9일 발언 직후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정부의 방침은 앞서 대통령이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 필요성을 강조했을 때와는 사뭇 달라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건축경기가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재개발·재건축 등의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늘리기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대통령이 ‘8·21 부동산 종합대책’에서 발표한 새도시 지정 확충을 통한 주택공급 안정보다는 도심지역의 재건축·재개발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뜻을 정부에 분명히 전달한 것이다. 당시 청와대 대변인실은 곧바로 해명자료를 내어 “8·21 대책에서 밝혔던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 조처를 서둘러 추진하라는 뜻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해 건설경기 활성화가 중요하다는 원론을 강조한 것”이라며 진화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1주일 만에 다시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언급함으로써 정부가 내부적으로는 추가 규제 완화를 결정해 놓고 시기만 저울질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미 여러가지 규제 완화 방안을 실무적으로 검토하면서도 겉으로는 이를 부인한 채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과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거듭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를 강조하자 부동산시장은 추가적인 규제 완화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술렁이는 분위기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핵심 규제의 완화 시기는 내년 초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거래시장도 즉각 반응하고 있다. 서울 개포 주공단지의 한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종합부동산세와 재건축 규제 완화를 확신하기 시작한 집주인들이 오늘 오전부터 매물을 모두 거둬들였다”고 전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구체적인 규제완화 방안이 나올 때까지는 재건축 시장에서 집을 사기도 팔기도 어려운 거래공백 상황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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