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안 발표이후 청약 계약자들 나타나
고가주택에 대한 감세 방안이 서울·수도권의 중대형 아파트 분양시장부터 서서히 영향을 끼칠 조짐이다.
정부가 ‘9·1 세제개편’에서 1가구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가액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인데 이어 종부세 부과대상까지 공시가격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조정하겠다고 발표하자 그동안 찬바람만 불었던 고가주택 분양시장에 수요자들의 발길이 조심스럽게 돌아오고 있다.
24일 우남종합건설에 따르면, 이 회사가 분양 중인 김포한강새도시 ‘우남퍼스트빌’ 250㎡(75평)형 6가구는 이달 초 1~3순위 청약접수일에 청약자가 단 한명도 없었으나 이날 하루동안 3가구가 계약을 체결했다. 이 아파트는 분양값이 9억6280만원으로 현행 세법상 1가구1주택자라도 양도가액 6억원 초과분에 양도세를 물고 종부세까지 부과된다.
그러나 정부 발표로 양도세 비과세 기준가액이 9억원으로 높아지고, 종부세도 거의 내지 않아도 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수요자들의 태도가 달라진 것이다. 허재석 우남건설 주택영업본부장은 “최근 잇따른 양도세, 종부세 완화 발표가 수요자들의 계약여부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이처럼 고가주택 수요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것은 정부가 양도세 비과세를 위한 거주요건 강화 조처를 내년 6월 말까지 유예한 조처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애초 ‘9·1 세제개편’에서 수도권 1가구1주택자의 거주요건을 2~3년으로 강화해 연말께부터 시행하기로 했다가 지난 22일 부처간 협의를 통해 내년 6월말까지 계약 체결분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겠다고 고쳐서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까지 수도권 신규 분양주택을 계약하는 수요자들은 거주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돼 그 이후에 분양받는 것보다 훨씬 유리해진 상황이다. 분양에 나선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악재’가 돌연 ‘호재’로 바뀐 것이다. 김포한강새도시 우남퍼스트빌 250㎡형의 예를 들면, 계약자가 거주하지 않고 2~3년만 보유해 팔더라도 9억원 이하까지는 양도세를 비과세받게 된다.
용인과 고양시 등 수도권 중대형 미분양이 쌓여있는 곳에서는 아직까지 수요자들의 움직임은 없다. 미분양 물량을 안고 있는 업계에서는 바뀌는 양도세와 종부세 대상 고가주택 기준에 맞춰 총부채상환비율(DTI) 대출 규제를 받는 주택도 6억원에서 9억원 이상으로 높이는 추가 조처가 이뤄질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용인 신봉지구 동일하이빌의 김태연 분양소장은 “고객들이 세금이 줄어든 것을 반기면서 총부채상환비율(DTI) 대출 규제가 완화되는지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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