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협약은 살생부 아닌 상생부” 가입 촉구
건설업체는 수주 ·분양 타격우려 개별 가입 꺼려
건설업체는 수주 ·분양 타격우려 개별 가입 꺼려
건설사들이 대출 만기를 1년간 연장해 주는 대주단(채권단) 자율협약 가입 여부를 놓고 고민에 휩싸여 있다. 대주단이란 금융회사들이 건설사로부터 자금을 서로 빼내는 ‘치킨게임’을 막고 ‘옥석’을 가려 건설사들을 지원하고자 지난 4월에 만든 협의체다. 하지만 아직까지 가입한 건설사가 단 한 곳뿐인 실정이다. 이처럼 건설업계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바람에 더 많은 건설사가 부도 위기로 내몰리는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건설업계는 18일 은행연합회가 주최한 대주단 협약 설명회를 계기로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음을 느끼고 있다. 대주단은 이날 설명회에서 “대주단 협약은 ‘살생부’가 아닌 ‘상생부’”라고 강조하며 건설업계의 가입을 거듭 촉구했다. 자율협약 가입 기간은 오는 23일까지다.
업계에서는 10대 건설사 가운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자체가 많지 않은 5곳은 기업 이미지를 고려해 대주단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대형 개발사업을 보유해 수조원대의 프로젝트파이낸싱 채무를 지고 있는 다른 5곳은 가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한다. 그러나 이 건설사들도 개별 가입은 여전히 꺼리는 분위기다. 대주단에 가입할 경우 프로젝트파이낸싱 등의 만기 연장은 해결되지만 대외 이미지가 중요한 수주활동과 분양사업에서는 상대적으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임원은 “회사로서는 채권 만기 연장이 필요한 게 현실이지만, 집단적인 가입이 아니라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어 결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미분양이 늘어난 뒤 대출 만기 연장이나 신규 대출 거부 등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 건설사들은 대부분 대주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눈치를 보았지만 대부분의 업체가 더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곧 가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설사 연쇄부도를 막으려면 대주단의 금융지원 외에 정부의 직접적인 유동성 지원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건설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정부의 미분양 아파트 매입이나 보유토지 매입, 대주단 가입 등은 건설사의 자금난 해소에 역부족”이라며 “정부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매입해주는 등 직접적인 유동성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