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장기간 소유자들 개별권리 인정해
투기 목적이 없다면 무허가 다가구주택이라도 소유자들에게 재개발 아파트 분양권을 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2부(재판장 김종백)와 행정5부(재판장 조용호)는 서울 강동구 하일동 ‘강일도시개발구역’ 주민 세 명이 “이주대책자로 선정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며 서울시 에스에이치(SH)공사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박아무개(79)씨는 1981년 13년 전 지은 주거용 무허가 건물 지분 일부를 이아무개(70)씨와 서아무개(92)씨에게 팔았다. 한 지붕으로 연결된 단층 건물은 출입문이 가구마다 따로 있고, 무허가 건축물 대장에 등록돼 있었다. 박씨 등은 집이 재개발 구역에 포함되자 이주대책 대상자 선정 신청을 했으나, 에스에이치공사는 지난해 4월 세 명이 무허가 건물을 함께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분양권을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1심 재판부는 “무허가 건물은 원칙적으로 철거돼야 하며, 내부 구조를 변경해 여러 가구가 독립적으로 거주했다는 이유로 분양아파트를 개별 공급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투기 목적의 지분 쪼개기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분양권을 주면 재개발 분양권을 둘러싼 혼란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들은 1981년부터 장기간 독립적인 토지 소유권을 지녔기에 지분 나누기 같은 편법으로 무허가 건물을 구분 소유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에스에이치공사가 한 건물에 분양권 하나를 준다는 원칙을 내세운 데 대해 “편법으로 건물의 일부 지분을 가진 사람들을 이주 대책 대상자로 선정하지 않겠다는 의도”라며, 투기 목적이 아니라면 가구마다 분양권 하나씩을 주는 게 합당하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최근 에스에이치공사가 상고를 포기해 확정됐다.
박형준 서울고법 공보판사는 “장기간 별도의 소유권이 형성된 경우 무허가 다가구주택이라고 해도 각개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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