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뒤 주변지역 가격거품 걷히며 ‘침몰’
“고분양값 고집 판교도 외면받을 것” 전망도
“고분양값 고집 판교도 외면받을 것” 전망도
‘명품 새도시가 잿빛 새도시로?’
경기 광교 새도시에 분양된 용인지방공사의 공공분양 아파트 ‘이던하우스’가 3순위 청약에서도 대거 미달돼 연초부터 수도권 분양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경기도가 우수한 입지에 이른바 ‘명품’ 새도시로 야심차게 개발중인 광교에 미분양 한파가 덮친 데 따른 충격파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 판교 새도시를 비롯해 상반기 김포, 파주 등 2기 새도시에 분양을 앞둔 건설업계도 광교의 침몰에 경악하며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11일 금융결제원 집계를 보면, 수도권에서 올해 처음으로 분양에 나선 경기 광교 새도시 ‘이던하우스’ 청약이 지난 9일 3순위 접수에서도 대거 미달됐다. 특별공급 24가구를 제외한 총 676가구 모집에 3순위까지 449명만 신청해 경쟁률은 0.66대 1을 기록했다. 미달 물량은 공급 가구수의 3분의 1인 227가구로, 주택형별로는 111㎡ 189가구, 113㎡ 13가구, 114㎡ 25가구가 각각 남았다.
이던하우스의 청약 미달은 시장에서 다소 뜻밖으로 받아들인다. 광교 새도시 첫 분양 단지로 지난해 10월 공급됐던 울트라건설의 ‘참누리’ 아파트가 경기침체 속에서도 평균 18대 1의 경쟁률(1순위)로 인기몰이에 성공한 전례가 있는 데다, 이던하우스 분양값은 참누리보다도 3.3㎡당 80만원 가량 더 낮았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난해 10월 이후 실물경기가 급속히 나빠졌고, 그동안 수도권 집값은 크게 떨어지는 등 지난 석달간의 급속한 부동산시장 냉각이 광교 새도시에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진단한다. 먼저 실물경기 침체 여파로 무주택 가구주들의 구매력이 줄어들면서 청약을 주저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광교의 분양값은 실질적으로는 꽤 높다는 평가가 많았다. 인근 수원과 용인시내 대단지 아파트 매맷값이 최근 3.3㎡당 1천만원선까지 내려왔는데도 광교 분양값은 1200만원대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명품 새도시를 표방했던 광교의 미달 사태는 분양을 앞둔 수도권의 다른 공공택지에도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당장 이달 말 분양예정인 판교 새도시가 관심사다. 판교의 입지가 광교보다 낫다고는 하지만 분양값 변수로 인해 청약 미달이 생길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판교 시행사쪽은 중대형인 ‘푸르지오-그랑블’ 분양값을 3.3㎡당 평균 1601만원으로 신청해 분양승인권자인 성남시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 가격은 인근 분당새도시 시세와 비슷하거나 다소 낮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판교의 2년전 민간 중대형 분양값(1300만원선, 채권 별도)을 근거로 이번 분양값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하고 있어, 성남시의 최종 조율 결과가 주목된다.
김혜현 부동산114 부장은 “명품 새도시로 상징됐던 광교의 침몰이 수도권 분양시장에 몰고 올 충격파는 엄청나다”면서 “판교 역시 분양값이 분당보다 상당폭 저렴하지 않으면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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